김현철씨 출마와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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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YS)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8·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출마 예상 지역은 그의 할아버지가 살고 있고 YS의 정치적 영향력이 남은 경남 마산시의 합포구이며, 주소지도 그 곳으로 옮겼다. 한보 사건 때 추락한 명예를 선거를 통해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그가 남긴 국정 농단(斷)의 불쾌한 기억을 국민 사이에 되살리고 있다. 당연히 전직 대통령 아들의 식지 않는 권력욕이라는 의심을 낳고, 나라를 들쑤신 데 대한 참회가 부족하다는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심을 언짢게 하는 것은 DJ 아들의 권력 부패와 시기적으로 겹친 탓도 있다. 그런 시각에 대해 그는 자신의 구속과 홍걸씨의 구속은 사유부터 다르다고 항변할 것이다. 그에게 적용된 죄목은 정치자금의 조세 포탈이며, 이권 개입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에게 따라다니는 비선(?線)의 권력 행사, 주변의 호가호위(狐假虎威), 과잉 인사 개입 논란은 국민 마음 속에 씁쓸함과 기막힘으로 아직 남아 있다. 때문에 그의 출마 준비는 민심 흐름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마산을 지역구로 삼으려는 것은 아버지의 정치적 후광에 기대려는 것으로 당당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한나라당과 현철씨 쪽의 거래설이다. 한나라당은 여론 탓에 현철씨를 공천해 주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지만, 대선 전략상 YS와의 관계가 불편해질까봐 눈치를 보고 있다. 때문에 그가 무소속으로 나서면 후보자를 내지 않거나, 허약한 후보를 내보내 사실상 승리를 보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런 어이없는 거래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한나라당은 이른 시일 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현철씨는 사면·복권을 받은 만큼 출마에 법적 문제는 없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지금은 정치적 재기 의지를 불태우기보다 겸허한 자숙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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