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탈리아戰 편파 판정 논란] 오심인가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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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 축구가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하자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노골적으로 "8강을 도둑맞았다"며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가장 논란을 빚었던 세 장면을 자세히 분석해본다.

◇전반 5분 페널티킥 상황

송종국이 코너킥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 공격수와 이탈리아 수비수 간에 심한 몸싸움이 있었다. 이때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파누치(2번)가 설기현의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다가 설기현을 넘어뜨렸다. 페널티킥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상대가 반칙을 했을 때 선언된다. 그런 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스페인-아일랜드의 16강전에서도 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스페인의 노장 수비수 이에로가 아일랜드 닐 퀸의 유니폼을 심하게 잡아다니다가 페널티킥이 선언된 바 있다. 비슷한 케이스다.

◇연장 전반 13분 토티의 퇴장 상황

프란체스코 토티(10번)가 한국 페널티 지역으로 치고 들어가는 순간 송종국이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토티는 넘어진 후 주심에게 페널티킥이라며 두 팔을 벌렸다.

그러나 주심은 토티의 '시뮬레이션 액션'(심판을 속여 자신에게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취하는 과장된 몸짓)이라고 판단해 경고(옐로카드)를 줬다.

토티는 이미 전반전에 경고를 받은 바 있어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페널티킥이냐,경고냐의 판단은 토티가 송종국의 태클에 걸려서 넘어졌느냐,아니면 걸리지 않았는데도 일부러 넘어졌느냐 하는 데 따라야 한다.

우선 송종국의 태클은 정당했다. 공을 빼앗을 수 있을 만한 거리에 있었고, 토티의 발을 향해 들어간 게 아니라 공을 먼저 건드렸다. 따라서 반칙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 동작이 시비가 됐다. 공을 건드린 왼발이 아니라 오른 무릎에 토티가 살짝 닿았다. 이 상황은 '휴먼 액트'라고 해서 자연스런 신체 활동에 의한 충돌이다. 즉 반칙도 아니고 시뮬레이션도 아니다. 따라서 토티와 송종국이 전혀 신체적으로 접촉하지 않았다고 본 심판의 착오였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장 후반 6분 오프사이드 상황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21번)가 돌아들어가는 다미아노 톰마시(17번)에게 크로스를 했다. 톰마시는 한국 수비수를 완전히 따돌리고 노마크 찬스를 잡았으나 부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당시 유상철 등 한국 수비수 두명이 톰마시와 거의 동일선상에 있었다. 오프사이드는 '공을 차는 순간 공격수가 골키퍼를 포함한 상대 수비수 두명보다 앞서 있는 상태'를 말한다. 현장의 판단은 톰마시가 반걸음 정도 앞서 있었다는 것이나 느린 화면으로는 '동일선상'으로 보였다. 동일선상은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그러나 카메라 역시 선수들과 일직선상에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촬영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부심은 잔디의 줄을 보고 선수의 위치를 판단한다. 심판진의 종합적 판단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할 수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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