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대재앙] 4800km 떨어진 아프리카서도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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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해일이 휩쓸고 가자 평화롭던 바닷가는 싸늘한 익사체로 뒤덮인 지옥이 됐다."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해역에서 발생한 40년래 최악의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tsunami.津波)에 의한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6일 지진 발생 직후 수백명선 정도로 알려졌던 희생자 수가 27일 오후 2만5000여명을 넘어섰다. 세계 각국은 엄청난 피해 규모에 경악하고 있다. 게다가 파악되지 않은 실종자도 많은데다 부상자 중 상당수가 중태라 희생자는 더욱 늘 전망이다.

◆ 가공할 지진 위력=이번 지진은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위력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26일 이번 지진 규모를 리히터 규모 8.9에서 9.0으로 수정 발표했다. 이어 USGS는 "이번 지진은 1900년 이후 네번째로 큰 규모"라고 밝혔다. 이런 위력으로 지진 발생 14시간 뒤에는 진앙지에서 4800㎞나 떨어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까지 피해가 미쳤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의 동쪽 제도(諸島)인 세이셸과 모리셔스, 대륙 동부해변 국가인 케냐와 소말리아 등에서 수십명이 익사하거나 실종됐다. 소말리아에선 최소 100명의 어부가 사망했으며, 세이셸에선 9명이 실종됐다. 2m 높이의 파도가 세이셸 제도 곳곳의 해안 저지대를 덮쳐 전기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케냐에선 1만여명의 관광객이 해변에서 대피했으며, 1명이 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유럽 관광객 다수 희생=연말연휴를 맞아 유럽 등지의 관광객 수천명이 동남아 해안에 몰려와 이들의 피해도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해안에서 네살짜리 프랑스 소녀가 실종된 것을 비롯, 미국.일본.영국.덴마크 등에서 온 관광객 수백명이 푸켓 등지에서 해일에 휩쓸려 숨졌다.

◆ 한국인 피해자도 늘 듯=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한국인 피해자는 사망 1명, 실종 1명, 그리고 부상 9명이다. 그러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관광객들이 54명에 달해 피해 규모는 늘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태국의 미확인자 49명 중 35명이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여행 간 관광객"이라며 "여행사를 통하지 않은 만큼 사고발생 시점에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태 관광진흥협회 조정휘 회장은 "한국 대학들이 겨울방학에 들어간데다 태국 관광이 현재 최성수기여서 푸켓을 찾은 젊은 배낭족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쏟아지는 국제 지원=국제사회의 지원도 쇄도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와 적신월사(RCS)는 27일 650만달러(약 68억원)의 구호기금을 잠정 배정하고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국제적십자사는 우선 최대 피해지역인 스리랑카에 응급의료팀을 보낼 계획이다. 유엔도 나섰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은 이날 구호팀과 응급장비를 피해지역으로 급파한 데 이어 휴대용 위생설비.의료품.텐트.구호용 헬기 등의 지원을 각국에 요청했다.

홍콩=이양수, 런던=오병상 특파원,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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