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中 접경지역서 반체제 단속 착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한이 대중(對中) 접경지역에서 반체제.비사회주의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서울의 정보당국 관계자가 26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11월 말부터 노동당과 국가안전보위부(한국의 국가정보원).인민보안성(경찰).군보위사령부(기무사).검찰 등 5개 부처로 짜인 합동단속 조직이 함북 회령.무산시와 온성군, 평북 신의주시 등에 투입됐다"며 "이들은 내년 1월까지 현지에 머물며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양에서 파견된 이들은 한 팀이 80명 정도이며, 사회주의에 위협이 되는 요소를 척결한다는 의미로 '비사회주의 그루빠(그룹)'로 불린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들이 단속하는 대상은 ▶북.중 간 밀수▶불법 월경▶북한에 몰래 반입된 중국의 휴대전화를 통해 국경지역에서 외부와 통화하는 등의 행위다. 또 한국의 TV 프로그램과 음란비디오를 밀반입하거나 암거래하는 이른바 '황색바람'도 단속 대상이다. 북한은 지난 4월 형법 개정을 통해 퇴폐.음란물을 반입했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신설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중 접경 일부에선 단속과 함께 주민들에 대한 성분조사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북한당국이 국경지역에서 중앙기관들을 동원해 집중단속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지역 보위부나 국경수비대가 뇌물을 받고 주민들의 탈북이나 밀수 등의 행위를 묵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강이 얼어붙어 중국과의 불법 왕래가 성행해지는 시기에 맞춰 체제 단속의 고삐를 죄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북한 정보기관에서 일하다 최근 귀순한 한 탈북자는 "함북 보위부에 있는 친구와 지난주 통화했을 때 회령시에는 600명의 일꾼이 단속에 투입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