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총리, 의회 윤리위서 조사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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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국의 토니 블레어(사진) 총리가 의회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26일 보도했다.

2002년 블레어 가족이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15세기 고성(古城)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사전에 윤리위에 이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하원의원 윤리규정은 '제3자 입장에서 판단할 때, 표결이나 연설 등 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향응이라고 보여질 수 있을 경우 이를 제공받은 의원은 윤리위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향응을 제공받을 수 없고, 향응으로 보여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지난달 야당인 보수당의 크리스 그레이링 의원이 뒤늦게 제3자로 나서 윤리위에 조사를 요구했다.

블레어 가족에게 공짜로 성을 빌려준 사람은 남성용 고급브랜드의 대명사인 카르티에르.던힐 등을 소유한 리치몽 그룹의 대표였던 알랭 도미니크 패링(61)이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달 의회 윤리위의 1차 질의서에 대해 "패링은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라고 주장했다. 친구의 호의 덕에 별장을 빌렸다면 당연히 문제가 안 된다. 윤리위는 '문제 없음'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레이링 의원은 2차 조사를 요구했다. 리치몽 그룹은 세계 2위 담배제조업체인 BAT(벤슨 앤드 헤지.던힐 등 제조업체)의 대주주다.

그레이링 의원은 "블레어 총리가 2002년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지난달 내놓은 법안에서는 술집에서의 흡연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했다"며 BAT의 로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리위는 블레어 총리의 2차 답변서를 제출받은 뒤 규정 위반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위반이라고 인정될 경우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공개 사과해야 한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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