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월드컵> 유럽 "집단결근 걱정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구촌이 월드컵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각국의 축구팬들은 며칠 남지 않은 개막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짜릿한 승부극의 예감에 몸을 떨고 있다.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에서도 축제의 주인공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속속 입국하면서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국가대표팀이 최근 일련의 평가전에서 선전한 것이 기폭제로 작용한 것 같다.

월드컵 대회 개막이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세계가 월드컵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히말라야의 소왕국 부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꼴찌인 서인도제도의 영국령 몬트세랫까지 월드컵의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나친 열기 때문에 경제 손실이 우려되자 유럽 각국은 아예 탄력 근무제 시행을 권고하고 나섰다.

◇집단 결근 우려=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1일 퍼브(영국식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아침에 생중계되는 경기를 시청하는 근로자들 때문에 영국에서 집단 결근 사태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대법원은 월드컵 경기 TV 중계시간에 한해 퍼브의 개장 시간 규제를 풀었다.

잉글랜드와 나이지리아의 첫 경기가 열리는 다음달 12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간)에는 일찍 출근한 샐러리맨들로 런던 시내 퍼브들이 가득 차고 이 중 상당수는 근무를 포기할 가능성도 크다.

여론조사에서 전체 영국 근로자의 40%가 잉글랜드팀의 경기가 있는 날엔 휴가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축구팬들도 기업주들에게 근무시간 중 월드컵 경기 시청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이 문제가 노사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탄력 근무제 시행=이에 따라 영국·독일 정부는 기업들에 자국팀의 경기가 있는 날엔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탄력 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영국 통상산업부는 "대량 병가 사태를 기다리기보다 탄력 근무제를 시행하라"고 기업들에 권유했다. 독일의 자민당도 탄력 근무제에 대한 노사 간 합의를 촉구했다.

◇히말라야도 월드컵 열기=히말라야 기슭의 한 티베트 불교 사원의 축구 열풍을 담은 영화 '더 컵'으로 유명해진 부탄의 축구팬들은 생애 처음으로 안방에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1998년 대회까진 TV 시청이 불법인 데다 방송국조차 없었지만 99년 국영 TV 방송국이 개국했고, 축구광인 지그메 싱헤 왕척(47)국왕이 월드컵 시청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부탄 국가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다음달 30일 몬트세랫 대표팀과 친선경기도 갖는다. FIFA랭킹 2백2위와 2백3위가 벌이는 '꼴찌들의 결승전'이다.

◇월드컵 특수(特需)=파스타 소스에서 클래식 음악 CD에 이르기까지 월드컵 스타 플레이어를 이용한 마케팅도 특수를 맞았다.

대머리인 잉글랜드팀의 고란 에릭손 감독조차 모델로 나설 경우 수백만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영국 광고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잉글랜드팀이 결승까지 진출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0.3%인 32억파운드(약 6조4천억원)의 생산 손실을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