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날 맞춰 미대륙 마라톤 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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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발발한 지 딱 60년이 된 지난 25일(미국 현지시간) 65세의 재미동포 마라토너가 미국 대륙 동서횡단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최고령이다. 뉴욕한인마라톤클럽 권이주 회장 이야기다. 그는 지난 3월 23일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95일 만인 이날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 앞에 골인했다.

95일 동안 5006km를 달려 미국 동서횡단 마라톤을 완주한 재미동포 권이주씨가 25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앞에서 종착점을 지나고 있다.

권 회장은 “애초 뉴욕 도착 예정일을 7월 9일 정도로 잡았다”며 “뛰다 보니 6·25 당시 유엔군 파병을 결정한 유엔본부에 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6월25일에 골인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6살 때 6·25전쟁을 겪었고 한국군으로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해 전쟁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미 대륙을 동서로 횡단하면서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을 미국인들에게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달리는 이유를 “당뇨병 퇴치와 세계 평화 및 한반도 통일을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혀왔다. 이번 마라톤 행사 홈페이지(www.go2marathon.org)에서도 영문으로 그렇게 적어놓고 있다.

그동안 그가 달린 거리는 5006㎞다. 하루 평균 52.7㎞를 주파했다. 그동안 미국 대륙을 횡단한 마라토너는 200명 남짓 되지만 65세 이상은 6명에 불과했다.

권 회장이 달리기를 시작한 건 1996년 51세 때다. 늦깎이 마라토너이다. 그는 89년 미국으로 이민한 뒤로 먹고사느라 건강을 돌보지 못한 탓에 중증 당뇨에 걸렸다. 치아가 세 개를 남기고 다 빠졌고 눈도 침침해졌다.

오기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병원 약도 끊고 4년을 달리기에 매달린 끝에 당뇨와 싸워 이겼다. 마라톤 모임을 만들어 센트럴 파크 등을 함께 달렸다. 그러면서 각종 대회에 참가해 마라톤 풀코스를 100차례 완주했다. 이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 대륙 횡단 마라톤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날 마지막 코스인 뉴욕 맨해튼 코스를 함께 뛴 존 리우 뉴욕시 감사원장은 “이렇게 긴 거리를 65세 나이에 완주했다는 건 기적”이라며 “권 회장의 도전은 코리아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미국 사회전체에도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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