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는 교육 정책 흔들기에 단호히 대처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형국이다. ‘자율과 경쟁’을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부의 교육 정책 방향에 전교조는 물론 한국교총까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곳의 진보 교육감 등장으로 우려됐던 교육 현장의 마찰과 충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는 강성(强性)인 서울지부가 나서 교원평가제와 학업성취도 평가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여기에다 그간 정부 정책에 우호적이었던 한국교총마저 안양옥 신임 회장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교원평가제와 교장공모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밥그릇 지키기에만 골몰하는 교원단체의 집단이기주의의 발로(發露)가 아닐 수 없다.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질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올해부터 초·중·고교에 전면 실시된 제도다. 그나마 교사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인사·보수와 연계하는 방안은 유보한 채 우수 교사에겐 학습연구년제 등 인센티브를 주고, 낮은 평가를 받은 교사는 직무 연수를 받게 하는 정도의 느슨한 평가로 시작됐다. 전교조가 이마저도 “교사끼리 불필요한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라며 반대하는 건 교원평가를 아예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경쟁 없는 교단에 안주하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국교총은 교원평가 전면 폐지보다는 개선을 주장하는 모양새지만 별반 다를 게 없다. 평가 결과의 인사·보수 연계를 거부하고 학생·학부모 평가 없이 교사의 ‘자기 평가’를 통해 자발적으로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게 교총의 입장이다. 이야말로 무늬만 평가일 뿐이다. 교원단체들의 교원평가 무산 의도를 막으려면 교원평가제 입법화를 서두르는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시·도 교육청 교육 규칙으로 편법 시행되는 상황에선 진보 교육감이 교원단체 손을 들어 주면 교원평가는 시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법화 관철 노력과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한국교총이 교장공모제 확대를 졸속 정책으로 몰아세우며 반대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 위주로 교장을 선발해 학교를 변화·발전시키자는 게 교장공모제의 취지다. 이를 반대하는 건 승진 점수를 쌓으면 저절로 교장이 되는 무사안일(無事安逸) 주의를 답습하자는 게 아니고 뭐겠는가. 학력 진단을 통해 뒤처진 학교를 지원하고 수업 방법을 개선하려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교조가 거부하려는 것도 교육 발전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법령에 근거한 평가인 만큼 전교조의 조직적 거부 움직임을 위법 행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정부가 교육제도의 개선이나 보완을 위해 교원단체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 취지의 근간을 흔들거나 폐지를 주장하는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교육 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수시로 흔들리면 교육 현장의 혼란만 깊어질 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