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리스트'정·관계 강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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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진승현(陳承鉉)씨의 로비창구인 김재환(金在桓)전 MCI코리아 회장이 정현준(鄭炫埈)게이트에도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金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金씨가 단순한 陳씨의 로비창구만이 아닌 김은성(金銀星·구속)전 국가정보원 2차장 등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2000년 당시 벤처기업과 국정원 및 권력 실세를 연결하는 핵심 로비스트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陳·鄭게이트와 관련한 '김재환 리스트'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지 주목된다.

◇정현준게이트에 어떤 역할 했나=검찰은 金씨가 2000년 6월 정현준씨의 한국디지탈라인(KDL) 부회장으로 영입돼 같은해 9월 초 자금난에 몰린 정현준씨에게 1백억원의 공적자금을 대출받게 해줄테니 사례비를 달라고 요구해 K교회 명의의 차명계좌로 3억원을 받은 외에 2억원 더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정현준씨와 金씨는 鄭씨가 구속될 무렵인 2000년 10월께 이를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으며, 鄭씨가 준 돈은 교회 헌금으로 처리돼 2000년 말 서울지검 특수2부의 수사 때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현 수사팀의 설명이다.

金씨는 검찰에서 "鄭씨 돈을 받기는 했지만 공적자금 대출을 위해 로비를 한 적은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金씨가 鄭씨 회사에 영입돼 3백만원씩의 월급과 그랜저 승용차 외에 5억원을 받고도 鄭씨를 위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정현준씨가 사설펀드를 통한 정·관계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金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金씨가 KDL 부회장으로 영입되는 과정에 金전차장 등 국정원 간부가 개입했는지 여부도 검찰이 밝혀야 할 과제다.

◇김재환씨의 진승현씨 구명 로비=검찰 수사결과 金씨는 2000년 9월 검찰에 수배된 陳씨를 상대로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테니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해 3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사실이 밝혀졌다.

金씨는 이를 위해 같은해 10월께 金전차장과 함께 대검찰청을 방문해 대검 고위 간부를 면담하고 불구속 수사를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검찰 간부들의 거절로 陳씨의 불구속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金씨는 陳씨에게서 이제까지 알려진 12억5천만원 이외에 수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金씨는 비슷한 시기 국회의원 회관으로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의원을 방문해 陳씨의 구명을 청탁하며 5천만원을 건넨 의혹도 받고 있다. 金씨는 이 과정에서 로비 내역을 상세히 적은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속된 陳씨측이 불만을 제기하자 金씨는 "대부분의 돈을 金전차장에게 전달했다"고 이야기했고 이 말이 金전차장에게 들어가 폭행사태를 빚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金전차장측이 金씨가 갖고 있는 로비 내역을 빼앗으려 했다는 의혹도 있어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김재환 리스트'의 폭발 파장이 클 전망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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