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억제 세금 처방 : 앞당긴 기준시가 고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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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세청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기준시가를 당초 일정보다 3개월 앞당겨 고시한 것은 아파트 값이 더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국세청은 당초 서울 강남의 재건축 관련 95개 아파트 단지의 기준시가만 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 외에 강북·수도권 신도시 등의 아파트 값도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자 차제에 전국의 아파트 값을 조정하게 됐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이번에 강남의 재건축 관련 아파트 기준시가는 47.4% 올랐다. 과천시의 기준시가는 54.5%나 올랐고, 시·도별로는 인천 지역의 기준시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강남의 기준시가만 조정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9개월 만에 조정된 이번 기준시가의 전국 평균 인상률은 9.7%로, 지난해 7월 인상률(3.8%)의 2.5배에 달해 기준시가 인상이 시급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매년 7월 1일 기준시가를 조정해 왔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최근 집값이 상투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기준시가 상승으로 매물이 쏟아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텐 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특히 '떴다방' 등 가수요를 잠재우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기준시가와 실거래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도록 수시로 시장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준시가 인상으로 7월 이전에 집을 팔려고 했던 경우 세금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아파트 값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예고없이 조정한 것은 국민 편의를 무시한 행정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다.

시·도 중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인천(22.1%)의 경우 그동안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데다 인천공항 개항 및 서해안 개발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 또 서울시에서 기준시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목동 아파트단지가 있는 양천구(26.7%)인 점도 눈길을 끈다.

기준시가 조정에 관한 주요 내용을 문답 풀이로 알아본다.

-기준시가는 어떤 경우에 적용되나.

"아파트를 팔았을 때 양도소득세는 기준시가에 따라 내는 게 원칙이다. 다만 1년 미만의 단기 양도, 미등기 전매 등의 경우엔 실거래 가격으로 세금을 물린다. 또 실거래 가격에 따라 계산한 양도세가 기준시가로 산출한 금액보다 적을 때는 매도자가 증빙 서류를 갖춰 실거래 가격으로 양도세를 신고할 수 있다. 상속·증여세는 시가로 계산하는 게 원칙이지만 시가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 기준시가로 계산한다."

-이미 아파트 매도 계약을 했지만 잔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새 기준시가가 적용되나.

"4일 이후에 잔금을 받는 경우엔 새 기준시가가 적용된다. 양도세를 계산할 때 양도 시점은 잔금을 받는 때다. 다만 잔금을 받는 시기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등기 시점으로 본다."

-기준시가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은 얼마나 늘어나나.

"1가구 1주택으로 3년 이상 보유하는 비과세 대상의 경우엔 기준시가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양도세 과세 대상자의 세금 부담은 상당히 늘어난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 A아파트 30평형을 2000년 1월(기준시가 1억4천5백만원)에 산 경우를 보자. 이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2억7천1백만원에서 이번에 4억원으로 47.6% 올랐다. 이 아파트를 3일 이전에 팔았다면 양도세는 3천1백19만원이었는데, 4일 이후에 팔 경우 세금은 7천7백63만원으로 1백49% 늘어난다. 기준시가가 2억6천4백만원에서 3억3천6백만원으로 27.3% 오른 양천구 B아파트 35평형의 경우도 양도세는 3일 이전에 팔 때 1천6백74만원에서 앞으로는 4천2백54만원으로 1백54% 증가한다(2000년 1월 취득 기준). 그러나 기준시가 인상률이 미미한 지방의 경우 양도세 부담도 그다지 늘지 않는다."

-아파트 기준시가를 알려면.

"3일 오후 6시부터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에 모든 기준시가가 게시된다. 또 국세청 전화 세무상담 센터(1588-0060)와 전국 99개 세무서의 납세자 보호담당관·재산제세 세원관리 담당과에서도 안내받을 수 있다."

이세정·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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