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뚫어라 검은 거미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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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에니에아마가 지난 1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몸을 날려 슛을 막고 있다. 에니에아마는 이날 6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어 18일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도 11개의 유효슈팅 중 9개를 막아내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AP=연합뉴스]

‘동물적인 순발력’이라는 표현은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멋진 장면을 보여 주는 선수에게 보내는 칭찬이다. 그런데 남아공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빈센트 에니에아마(28)는 ‘동물적’이 아니라 ‘동물’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그만큼 뛰어나다. 에니에아마는 조별리그 2경기에서 3실점하며 1승도 지켜내지 못했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진 팀의 골키퍼 에니에아마였다. 아르헨티나의 특급스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도 그의 선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니에아마는 1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전에서 6개의 선방(세이브)을 기록했다. 그중 메시의 슛이 4개나 됐다. 경기 후 메시는 “첫 경기라 다소 긴장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좋은 경기를 했다. 다만 나이지리아의 골키퍼가 너무나 잘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하포엘 텔아비브에서 뛰고 있는 그는 이날 활약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이적료는 800만 파운드(약 140억원) 수준이다. 에니에아마는 2009년 이스라엘리그 MVP에 선정됐다. 골키퍼가 MVP에 뽑히는 건 이례적이다. 그의 활약은 18일 그리스전으로 이어졌다. 전반 33분 동료 사니 카이타(블라디캅카스)가 퇴장당한 뒤 수적 열세 속에서 그리스의 파상공세를 맞은 그는 11개의 유효 슈팅 중 9개를 막아냈다. 두 경기에서 세이브 15개를 기록해 이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정성룡(성남·9개)에게 6개나 앞서 있다. 특히 후반 14분 테오파니스 게카스(베를린)의 오른발슛, 후반 23분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의 헤딩슛을 막아낸 건 신기에 가까웠다. 두 개 모두 골에어리어 근처에서 쏜 슈팅으로 ‘동물’이 아니라면 막기 힘든 것이었다. 나이지리아는 에니에아마의 선방 덕에 한 명이 퇴장당했음에도 2실점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에니에아마는 후반 26분 강력한 중거리슛을 확실히 잡지 못해 세컨드슛을 허용하며 결승골을 내줬다. 그는 “공인구 자블라니는 회전이 무척 심하다. 골키퍼에겐 고역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구로 택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2경기 연속 MVP가 된 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승리를 원한다. 2패를 당했지만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한국전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이 16강에 오르려면 ‘동물’이 지키는 나이지리아 골문을 열어야 한다. 공격수들은 최종 수비까지 제쳤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볼이 골 그물을 흔들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블룸폰테인=장치혁 기자 Sponsored by 뉴트리라이트,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공식건강기능식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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