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사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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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구약성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이 서로 싸우다가

해가 있으면 갚되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라!"

(출애굽기 21장)

하지만 신약성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지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라."

(마태복음 5장)

인권신장과 더불어

힘을 얻던 사형폐지론이

21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연쇄살인범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살인마'의 생명도 소중하기에

사형제를 폐지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개개인의 생명보다

국민의 안위가 더 소중하기에

사형제를 둬야 하는 걸까요?

괴한의 총격에

아버지를 잃고도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미국의 시민운동가와

유영철에게 피살당한

형을 그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생의

애절한 사연이 나란히

우리의 가슴을 울립니다.

"눈에는 눈"을

들이밀어야 할지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을

내밀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21명의 무고한 영혼은

구천을 떠돌고 있습니다.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13일 노인과 여성 등 21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암매장한 혐의(살인.시체손괴) 등으로 구속 기소된 유영철(34)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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