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내세워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온 사우디아라비아 종교경찰이 사상 처음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계기는 지난 11일 메카에서 일어난 여학교 화재사건. 8백여명이 공부하던 4층 건물 학교에서 이날 대낮에 누전으로 불이 나 13~17세 여학생 15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했다.문제는 풍기단속이 주임무인 종교경찰이 '복장 불량'을 이유로 화재를 피하려는 소녀들의 탈출뿐 아니라 구조활동마저 막아 희생자가 늘어난 것.
알 에크티사다아 등 현지 신문들은 "'여학생들이 차도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종교경찰이 탈출구인 문을 못열게 하고 이들을 구하려던 소방수들도 '접근하면 처벌한다'고 막아 여학생들이 질식하거나 추락해 사망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자가 "무관심한 책임자들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공언해, 처지가 어렵게 된 것이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