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제재 ‘종이 호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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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두 차례 제재 결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안보리 제재에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은 곳이 많았다. 유엔 안보리 제재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7인 전문가회의는 192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11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 이행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7인 회의는 지난달 최종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한 바 있다.

보고서를 내지 않은 국가는 대부분 개도국으로 이란·시리아·미얀마 등 북한과 불법적인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 수출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도 포함됐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은 다른 서방국가와 마찬가지로 보고서를 제출했다.

안보리 1718호와 1874호 제재 결의는 각각 2006년과 2009년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한 뒤 채택됐다. 안보리는 192개 회원국이 이 결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매년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아울러 이를 점검하기 위해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일본의 전문가 각 1명씩으로 구성된 7인 전문가회의도 만들었다. 안보리는 지난달 말로 끝난 7인 회의의 활동 시한을 1년 연장한 바 있다.

7인 회의 조사 결과 30여 개국은 1718호 제재에 대한 이행 보고서는 제출했으나 1874호에 대한 보고서는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리 관계자는 “보고서가 이처럼 제대로 제출되지 않은 것은 북한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를 내지 않은 개도국 대부분은 안보리 제재를 이행할 마땅한 수단도 열의도 없다”며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 제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마크 토너 대변인은 “두 차례의 안보리 제재가 발효된 후 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4건의 북한 무기 수출 시도가 적발됐다”며 “이는 안보리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북한과 무역이나 교류가 없는 국가의 보고서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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