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움직임 급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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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비주류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비주류 중진인 김덕룡(金德龍)의원은 탈당 결심을 굳혔고, 강삼재(姜三載)의원은 7일 부총재직을 던져버렸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朴槿惠)의원은 8일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를 만난다.

이들의 움직임은 잠복상태였던 정계개편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6일 "정계개편 음모를 분쇄하자"고 말한 것도 그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姜의원은 부총재직을 사퇴하면서 "우리 당에는 아직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전한 비판세력마저 지나치게 봉쇄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YS)정부' 시절 여당인 민자당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지난 4,5일엔 세차례에 걸쳐 YS를 만났다. 그런 그가 李총재 체제를 강력 비판하고 나선 만큼 향후 YS의 행보가 주목된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대규모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게 YS측의 시각이어서 더욱 그렇다. 姜의원은 탈당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그가 끝까지 한나라당에 남아있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김덕룡 의원은 7일 "가까운 시일 안에 거취문제를 밝히겠다"고 말했다.다음주 중 탈당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李총재가 사람들을 보내 탈당을 만류했지만 金의원은 뿌리쳤다.

그는 같이 떠날 의원들을 규합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민주계이면서도 YS와는 다소 거리를 뒀던 金의원이지만 앞으로 반(反)李총재 세력의 결집을 위해선 YS측과도 손발을 맞출 의향이 있다고 한다.

朴의원은 탈당 후 열흘 만에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한다. 같은 TK(대구·경북)출신인 李전총리와의 오찬회동에선 '영남후보론'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朴의원이 李전총리를 만남의 첫 상대로 고른 것은 이유가 있다. "李전총리의 입을 통해 朴의원이 TK 대표주자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게 朴의원측 얘기다.

朴의원은 앞으로 김덕룡·정몽준(鄭夢準)의원과도 만나 제3신당 창당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YS·JP(자민련 金鍾泌총재)와의 만남은 "3金에게 의지하려 한다"는 비난이 나올까봐 뒤로 늦출 계획이다.

李총재측은 "朴의원을 놓친 만큼 어떻게든 金의원을 붙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姜의원에 대해서도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번복을 요청할 생각이다. 그러나 두가지 일 모두 뜻대로 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때문에 "비주류 핵심인사 모두가 나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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