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 본 사커시티 경기장, 라커룸부터 조심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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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호 08면

한국-나이지리아전이 열릴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의 라커룸.

경기장의 라커룸은 내밀한 공간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중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다. 파파라치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라커룸은 워룸(War Room)이기도 하다. 휴식시간 라커룸에서는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는 치열한 언어들이 오간다. 경기 뒤에는 승패의 기쁨과 쓰라림이 내부를 휘젓는다. 그래서 작은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기 십상인 공간이다.

내친 김에 아르헨티나도 넘자

한국팀이 17일 아르헨티나와 경기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는 금광폐기물 더미 사이에 세워진 구조물이다. 중앙SUNDAY가 개막 한 달 전에 찾았을 때 마감공사가 한창이었다. 경비요원의 확인을 거친 뒤 라커룸으로 가는 널찍한 복도에 들어섰다. 페인트용 시너 냄새가 났다.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어차피 냄새는 적응되거나 사라지는 것이라 생각하며 참고 라커룸 문을 열고 들어섰다. 널찍한 방 대신 이집트 피라미드 내실 통로처럼 좁은 복도가 나타났다. 마주 오는 사람이 모로 서야 지나갈 수 있는 폭이다. 복도를 4~5m 지나자 라커룸이 나타났다. 순간 아늑함 대신 답답함이 밀려들었다. 경기장 가장 내밀한 공간이기 때문에 창문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기 소통에 문제가 있는 듯했다. 천장의 전등불도 밝지 않았다. 내 눈이 맑고 화창한 남아공 햇살에 적응된 탓이거니 생각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10분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도 라커룸의 침침함은 가시지 않았다. 순간 ‘널찍한 그라운드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 흘린 선수들이 느낄 답답함과 침침함은 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한국과 나이지리아 경기가 치러질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은 인도양의 짭조름함을 느낄 정도로 바닷가와 가깝다. 이곳 라커룸은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와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콘크리트 냄새가 짙게 풍겼다. 하루 이틀 새에 없어질 냄새가 아닌 듯했다. 호흡 횟수를 줄이며 깊숙이 들어서자 선수 한 명씩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욕조 8개가 있었다. “1인용 욕조 옆에는 콘크리트에 타일을 바른 사각형 온탕과 냉탕이 설치돼 있었다. 우리나라 1970년대 시영아파트의 욕조를 떠올리게 했다. 샤워장이 따로 있었지만 벽과 바닥의 타일이 목욕탕과 같았다.

답답함과 함께 단조로움이 밀려들었다. 자잘한 타일을 붙여 놓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샤워장에서 물을 틀어 봤다.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물을 잠그고 돌아서는 데 몸이 휘청했다. 바닥이 미끄럼 방지 타일이 아니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누군가 넘어져 엉덩이에 퍼런 멍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마음 한쪽을 묵직하게 했다. 라커룸를 뒤로하고 나오는 데 국제축구연맹(FIFA) 소속 자네트 세바스티안 대변인이 싱긋 웃으며 “세계 최정상급 스타디움이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의 눈빛은 ‘예스’라는 말을 갈급하는 듯했다. 하지만 라커룸에 대해서는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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