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경제제재 발동 적극적으로 검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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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중의원은 10일 납치문제 특별위원회를 열고 일본 정부에 대북 경제제재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뿐 아니라 제1야당인 민주당도 동참했다.

위원회는 결의안에서 "개정 외환법과 특정선박입항금지법 등 현행 일본 국내법으로 가능한 대북 제재조치의 적극적 발동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개정 외환법과 특정선박입항금지법은 북한과의 송금 거래,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을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이다.

결의안에는 ▶대북 인도지원의 동결 ▶조총련계 신용조합에 대한 감독 강화 ▶대북 납치피해 보상 요구 ▶6자회담 등 모든 기회를 통한 외교노력 강화 등이 포함됐다. 자민당.공명당.민주당은 "북한의 불성실한 대응은 일본의 존엄을 현저히 손상시켰다"며 "납치문제 해결 없이 국교 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며 결의안 채택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위원회에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외상은 "북한에서 가져온 다른 자료들에 대한 분석을 가급적 올해 안에 정리해 경제제재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관으부터 요청이 있다 해도 북한 식량 지원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올 5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25만t의 식량지원을 약속했으며 이 중 절반인 12만5000t은 아직 보내지 않은 상태다.

한편 중의원은 회기 중이 아닌데도 납치문제 특별위원회를 열어 대북 경제제재 조치 발동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집권당뿐 아니라 제1야당인 민주당도 찬성했다.

자민당이 마련해 놓은 5단계 북한 제재 시나리오를 단계별로 실시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가장 강한 5단계까지 가자는 의견도 분출했다. 또 결의안의 수위도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조총련계 신용조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납치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등 당초 초안보다 높였다.

고이즈미 총리가 제재에 미온적인 데 대한 비난도 많았다. 자민당 의원들은 "이번 가짜유골 사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일정 기한 내에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한 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바로 제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정치권의 기류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여전히 대화에 무게를 둘 생각임을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의 입장은 잘 알았다"면서도 "앞으로도 대화와 압력을 통해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날 내년 6월 8일 북한에서 치러질 일본과 북한 간의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이 양국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스포츠는 정치와 분리돼야 하고 양국 국민이 우정을 키울 수 있다면 환영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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