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심사평> 기승전결 엮는 솜씨 뛰어나 신선한 차상작 완성도서 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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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장원으로 뽑힌 강정숙씨의 '수덕사에서'는 시적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장, 중장, 종장이 지닌 기승전결의 묘미를 이만큼 엮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 와 엎드린 고요' 같은 뛰어난 표현은 오랜만에 만나는 절구였다. 다만 지은이가 다소 의고적 시상의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다른 투고 작품 '풀들은 겨울에 키가 큰다'가 그의 또 다른 진정성으로 평가될 수 있어 안심이 되었다.

김영완씨의 '입춘 근처' 역시 신선감이 장원에 못지 않았다. 시적 완성미에서 장원에 밀렸지만 시를 다루는 솜씨는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가등이 긴 이빨로 어둠을 갉아 내고'와 같은 생경한 구절들이 흠이 되긴 했으나, 여러 곳에서 보여주는 감각적 표현을 높이 평가했다. 정진만 한다면 머지않아 우리 곁에서 좋은 시인 한 분을 만날 것 같다.

'황태덕장'을 쓴 정평림씨도 만만찮은 실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아쉽게도 언어를 다루는 섬세함에서 위 두 분의 작품에는 미치지 못했다.

입상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최세아(강릉여고), 문지현(서귀포여고), 김상연(보영여고), 이힘찬(안양부흥고) 등의 작품이 논의되었으며, 장점환씨의 '삼각자'와 김희창씨의 '기관총'과 배정태, 박아란씨의 작품들도 오랜 토론 끝에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로 했다. 모두 재능이 인정된 분들이다.

<심사위원:박시교·유재영>

시조 백일장은 월말마다 독자들이 보내온 시조 중 우수작을 뽑아 지상(紙上)에 발표합니다. 연말에는 우수작을 쓴 사람들의 신작을 받아 연말장원을 가립니다. 보내실곳: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시조 백일장 담당자 앞. 팩스 02-751-5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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