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재건축 江東으로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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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재건축 아파트의 '묻지마 투자'가 서울 강남에서 강동쪽으로 옮겨 가 시세거품을 부추기고 있다. 세무조사 등으로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시들해지자 강동구 고덕·상일·둔촌동 일대 저층 단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들 단지에는 다음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일부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벌써부터 혼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강남구 도곡·대치동과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 재건축단지 시공사 선정 때 개입했던 세력들이 몰려들어 시장을 흐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 건설업체는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사전 홍보전에 나서 과열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하나컨설팅 백준 사장은 "용적률·지구단위계획 등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시공사 선정 때마다 집값 불안이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공사 선정은 값 띄우는 수단인가=고덕지구는 지난해 11~12월 투자 열풍이 몰아치면서 집값이 5천만~7천만원 뛰었다가 1·8 집값 안정대책에 따른 세무조사 직후 1천만원 정도 내렸다. 그러다가 이달초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면서 호가가 강세로 돌아섰다.

고덕주공 2단지 11평형은 1억8천만~1억9천만원, 15평형은 2억6천만~2억7천만원으로 한달만에 호가가 1천만~2천만원 올랐다. 고덕시영 13평형도 1억9천만원, 17평형은 2억4천만원으로 최근 호가가 2천만원 넘게 뛰었다.

상반기에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둔촌 주공도 비슷하다. 18평형은 2억9천만~3억원, 25평형은 4억3천만~4억5천만원으로 한달 전보다 2천만원 안팎 올랐다. 청석공인중개사무소 문연식 사장은 "아직 구청이 지구단위계획도 세우지 않았지만 시공사를 정한다고 하니 기대심리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그간 값이 너무 올랐다는 우려감이 커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덕시영 등 재건축조합은 서울시의 허용 용적률을 어기면서까지 시공사 선정을 강행하고 있다.

◇투자 가치 있나=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시공사 선정을 전후해 호가가 급등한 상당수 단지에 투기세력이 끼어든 흔적이 있다고 진단한다. 시공사 선정을 해도 사업승인을 받기까지 짧게 2~4년, 길게는 7~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섣불리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고덕지구의 경우 서울시가 용적률을 2백% 이하로 확정할 경우 뒤늦게 비싸게 매입한 투자자들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시공사들이 내세운 용적률보다 50~1백%가 줄어들어 조합원 부담금이 수천만원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시공사 선정을 전후해 특정 세력이 가격 거품을 조장하는 일이 잦다"며 "고덕·둔촌의 경우 용적률조차 확정되지 않는 상태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황식·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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