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SK 백기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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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삼성전자가 2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에 가입, SK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8일 공시를 통해 "여유자금 운용의 일환으로 2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에 가입해 우량주 중심으로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자금은 이날 삼성증권을 통해 조흥투신 베스트파워 사모펀드로 들어갔다. 이와 관련, 굿모닝신한증권 신기영 수석연구원은 9일 "삼성전자가 소버린과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 경영권 방어 백기사 역할을 하기 위해 사모펀드에 가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제껏 사모펀드에 가입한 적 없이 주로 수익증권이나 MMF 등으로 내부 현금을 굴려왔으며, 연말에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만큼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 창구에서는 8, 9일 SK 주식을 52만9000주(344억원 상당), 104만6000주(685억)를 매수해 이틀 연속 가장 많은 매수주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측은 "창구를 통해 거래한 고객이 누군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삼성증권을 통해 펀드에 가입했고, 삼성증권 창구에서 매수 주문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미 SK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삼성전자 측은 "주식형 사모펀드를 설정하긴 했지만 어떤 주식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확정된 바가 없고, 구체적인 매입 결과는 관련 규정에 따라 추후에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SK의 요청에 따라 주식을 사는 것이라면 SK 주가가 떨어질 경우 손해를 볼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한누리증권의 김성인 수석연구원은 "이 기회에 삼성전자가 SK텔레콤과 관계를 개선해 휴대전화 공급물량을 늘리게 되면 내수 부문에서 수익성이 좋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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