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의 축' 시비 南南갈등 부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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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간 '악의 축' 시비가 남남(南南)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방한하는 19일엔 여야가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격렬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한·미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이 연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방미활동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15일 한나라당이 현 정권의 대북정책 전반에 걸쳐 반격에 나서면서 본격화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방어적 모습을 보였으나 민주당의 李총재에 대한 공격이 사회 일각의 반미 분위기를 타고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확대당직자회의에서는 "이 기회에 한·미 외교 혼선과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좀더 분명하게 부각시키자"고 결의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현 정권이 반미(反美)감정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게 아닌지 답변하라"고 말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당직자들의 비난 수위는 높았다."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후 북한은 비교적 차분한데, 오히려 여당 대선주자들이 반미감정을 자극하며 북한 대변인처럼 말하고 있다"(李康斗정책위의장),"(여당이)김정일 독재와 대량살상무기에는 한마디 못하면서 엉뚱하게 야당총재에게만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李相得총장)고 했다.

민주당의 대응도 거칠어졌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다시 꺼내드는 천박함을 드러냈다"면서 "이회창 총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지 답해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양국간 갈등을 조장하는 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등 10개항의 질의를 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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