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창원 '용추저수지' 매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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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남도청 뒤 정병산 등산로 입구에 있어 주말이면 창원시민들이 많이 찾는 용추저수지-.

낚시 ·모터보트 등 레저를 즐기고 저수지 주변 체육공원에서는 운동을 하는 시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저수지 둑을 따라 나 있는 송림속 등산로는 색다른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외지의 등산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창원지사가 창원시민들의 휴식처인 용추 저수지(창원시 용동)를 매각하려 하자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농업기반공사는 용추저수지 매각에 관한 첫 입찰을 지난 18일 실시했으나 응찰자가 없자 빠른시일내 재입찰 공고를 준비하는 등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수면면적이 1만7천여 평인 용추 저수지의 감정가격은 26억7백만원.

◇매각반대=마 ·창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창원시가 매입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마 ·창 환경운동연합 이현주(李炫周)사무국장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부족한 마당에 예산을 들여 공원을 만드는 것 보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을 사들여 훼손하지 않도록 보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 노동당 경남도지부 준비위도 ‘도심공원마저 시장논리로 접근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준비위는 이 성명에서 “재정 자립도가 높은 창원시가 시민 휴식공간을 버리지 말고 매입하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등이 저수지 매각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수지 주변의 마구잡이 개발 ▶하류 하천의 수질오염 ▶물값을 둘러싼 갈등 등을 꼽고 있다.

용추 저수지 물은 도청내 연못과 창원시청 뒤 용지호수를 거쳐 창원천 ·남천 등으로 흘러드는 도심 주요하천의 유지수 역할을 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처럼 주요한 수원(水源)을 개인이 소유한다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저수지가 사유지로 바뀐다면 저수지 물을 사용하는 경남도 ·창원시 등은 저수지 소유주에 필요한 물값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물값을 놓고 저수지 소유주와 마찰을 예상되는 데다 만약 물값시비로 방류가 중단된다면 하천 수질오염은 심각해질 수 있다.특히 생태하천으로 개발 중인 창원천의 수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현재 저수지 주변은 개발제한 구역이지만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어서 매립과 난개발도 우려된다.

창원시도 2000년부터 농업기반공사가 저수지 매입해 줄 것을 요청해 오자 수변공원으로 개발키로 했다가 예산부족으로 지금까지 미뤄 왔다.

다만 시는 용추저수지를 찾는 시민들이 늘자 2천여평의 주차장을 만들고 안내판을 세우는 등 휴식처로 만드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창원시의회 최정태(崔正泰)의원은 “시민들의 등산로와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고 있을 뿐 아니라 용지호수의 안정적인 물공급과 효과적인 도시관리를 위해서라도 시가 매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업기반공사 입장=용추저수지는 아래쪽 논들이 주택과 공장용지 개발로 모두 사라지면서 1996년부터 저수지 기능을 상실했다.

2001년 감사원 감사에서 “용도폐지된 저수지를 빨리 매각하라”는 지적을 받고 본격 매각에 나섰다.창원시가 매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판단아래 10여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예산부족으로 거절당했다.

용도폐지된 저수지를 관리하는 데 예산을 쓸 수 없다.노후된 저수지를 방치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빨리 새주인을 찾아야 한다.

지난 18일 실시된 1차 입찰을 앞두고 관련 서류를 15명이 떼 갔으나 응찰자는 없었다.개발제한 구역안이라도 사회복지시설 등을 지을 수 있어 관심있는 사회단체나 건설회사 등이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창원지사 허영회(許永會)총무과장은 “창원시가 매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예산사정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일반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며 “곧 재 매각공고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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