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위기서 만화전문 고교로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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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폐교위기에 놓였던 시골 실업고교가 전국의 대표적인 만화전문교육기관으로 부활했다.

지난 3일 밤 10시 충남 서천군 한산면 충남애니메이션고(교장 임승훈) 1층 작업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에 쏟는 학생들의 열의가 보통이 아니다.

교내 '학교기업' 소속 학생 24명이 공동 제작중인 작품은 한솔제지㈜가 100만원에 주문한 안전사고예방 홍보만화(100여쪽)로 이달 중순까지 납품이 계약돼 있다.

이들은 또 이달 초 300만원을 받고 철새캐릭터가 담긴 열쇠고리 800여개를 제작, 서천군에 납품해 금강하구에서 열리는 철새탐조대회 참가객들에게 공짜로 제공되고 있다.

이 학교의 전신은 1971년에 설립된 한산상업고로 학생수가 해마다 줄어 2002년에는 입학생이 20여명에 불과했다.

폐교위기에 놓인 학교살리기에 나선 교사들은 만화.애니메이션 분야 특성화학교로 육성키 로 하고 교명까지 바꿨다.

2003학년도 신설된 애니메이션과와 만화창작과 2개 과에 78명이 입학하는 등 최근 2년간 강원.경남 등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3대 1을 넘었다.

지난달에는 'SACHAE(만화동아리)'.'TAF(애니메이션동아리)'.'KAKE(캐릭터동아리)'.'연합(각종 공모전 출품전문 동아리)'등 학교 기업 4개를 설립했다.

학교기업 소속 학생들은 개별 또는 공동으로 기업이나 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영업중이다.

지난달 초 충남실업계고 산업박람회에서 총 10여만원어치의 캐릭터 열쇠고리를 팔았고, 지난 9월 해충구제기구 제조업체에 10만원짜리 애니메이션 홍보물을 공급하기도 했다.

학교기업은 수익금의 20%를 학교에 기증한다. 나머지 70%는 학생이, 10%는 교사가 차지한다. 지금까지 수익금 400여만원은 대부분 재투자돼 아직 학생들의 실질 소득은 거의 없다.

이 학교는 최근 문화관광부로부터 전국 2대 애니메이션 전문고교로 선정돼, 2년간 2억2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임승훈 교장은 "내년에 학생기숙사를 지어 전국 최고의 만화.애니메이션 전문가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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