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청와대 유착' 도덕성 치명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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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패스21 대주주 윤태식씨의 로비 의혹사건 수사가 권력 핵심부로 확대되고 있다.

박준영 전 국정홍보처장과 김정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尹씨와 패스21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준 사실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서다.

특히 朴전처장에게 尹씨를 연결시켜준 청와대 비서관의 존재가 새로이 드러나면서 尹씨의 로비창구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폭넓게 청와대 안에 구축돼 있었음이 밝혀졌다.청와대 관계자로는 이미 李모 경호관이 尹씨에게서 주식 수백주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다.

검찰은 10일 출두한 패스21 감사 김현규 전 의원과 다음주 소환 예정인 김영렬 서울경제신문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朴전처장.金전수석.남궁석 의원 등의 소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尹씨의 진술과 계좌 추적,패스21 주식 실제 보유자 확인작업을 거쳐 금품 등의 수수 혐의가 드러난 관련자 전원을 소환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관건은 이들이 尹씨로부터 주식이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나타날 것이냐다.

현재로선 당사자들 모두가 부인하고 있고, 尹씨에 대한 조사에서도 확인된 것이 없다고 검찰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尹씨의 사업확장 과정에서 이들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취한 행동에 대한 의문점들이 여론의 궁금증을 증폭시킨 상황이어서 소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尹씨와 관계를 맺었던 인사들이 취재진과의 인터뷰 등에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해명내용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 새로 드러난 朴-尹씨 관계=두 사람은 세차례 만난 것 말고도 수시로 전화하면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尹씨측 전 변호인을 통해 10일 확인됐다.

또 朴전처장이 지난해 9월 尹씨에게 姜모(여)씨의 취직을 부탁해 실제로 10월부터 패스21의 경리사원으로 근무를 했다는 것도 확인됐다.

姜씨는 주초 검찰의 전화를 받은 뒤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고,10일 회사에 "사직하겠다"는 전화를 걸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정황,그리고 "朴전처장의 도움으로 3개 정부 부처에서 시연회를 열었다"는 尹씨의 진술 등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통상적인 부탁 차원을 넘지 않았겠느냐는 게 검찰의 추측이다.

이와 관련, 朴전처장은 보건복지부등 정부 부처에 패스21의 기술시연회를 열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음이 10일 밝혀졌다.

◇ 관련 인사들의 말바꾸기=朴전차장은 10일까지도 尹씨가 자신을 청와대로 직접 찾아와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朴전처장이 청와대 공보수석 재임시 부하 간부가 그에게 尹씨를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길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9일 남궁석 전 장관(현 민주당 의원)에게 金전의원이나 尹씨를 소개해 주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金전수석은 그러나 10일 김현규 전 의원이 검찰청사에 출두하면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金전수석에게 南宮 전 장관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만나게 됐다고 밝히자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지만 김현규 선배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게 맞을 것"이라고 번복했다.

南宮전장관도 자신이 처음 거명된 9일 측근을 통해 "청와대 누구로부터도 尹씨를 만나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으나 이날 "당시 金전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만나달라고 요청했다"고 시인했다.

◇ 김현규 전 의원 조사=검찰은 소환한 金전의원을 상대로 패스21 창업 이후 청와대 등의 고위 인사들의 접촉 경위와 부탁한 지원내용,그리고 실제로 지원이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金전의원은 "패스21의 새로운 지문인식 기술을 여러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청와대를 통해 알리려 했다"며 정상적인 홍보활동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尹씨에게 돈을 꿔줬을 뿐 받은 사실은 없고, 고위 공직자들에게도 로비를 한 사실은 없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그러나 金전의원이 정치권에 벌인 폭넓은 지원요청 중 뭔가 대가 성격의 거래가 일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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