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95개 아파트 기준시가, 이르면 3월 15%선 오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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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세청이 대대적인 부동산 투기 조사에 나선 것은 1990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80년대 후반 투기 열풍 때문에 토지초과이득세 등 토지 공개념이 도입되면서 지난 10여년간 부동산 투기는 국지적인 현상에 그쳤고 부동산시장은 안정된 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이 1억원대를 넘어서는 등 이상 과열현상이 빚어지고, 서울 다른 지역으로 이같은 바람이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국세청이 칼을 빼든 것이다.

국세청은 일단 이번 투기 조사의 대상 지역을 서울 강남 일대로 제한했다. 경기가 본격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경기를 가라앉힐 것을 우려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 뿐 아니라 곧 이뤄질 2차 조사도 서울 강남지역에 대해서만 실시하기로 했다.

기준시가를 수시로 조정하는 곳을 재건축과 관련해 값이 많이 오른 강남지역 95개 아파트단지로 국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세무조사 어떻게 실시되나=1차로 1천74명에 대한 정밀분석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들은 서울 강남.서초구의 아파트 분양권을 팔았거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산 지 1년 이내에 단기양도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분양권 프리미엄 및 양도차익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돼 대부분 세무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이 파악한 시세와 신고가격이 1억원 이상 차이 나는 2백25명에 대해서는 아파트 및 분양권을 산 사람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금융거래 확인조사와 산 사람의 자금출처조사까지 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동시에 강남.서초구의 나머지 지역과 강동.송파구 등 다른 강남지역의 아파트 및 분양권 거래에 대해서도 자료를 수집 중이다.이들 지역에 대해서도 2000년 이후 거래 상황을 파악해 곧 2차 세무조사를 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또 강남지역 아파트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유명 학원에 대해선 당장 조사에 들어가진 않지만 중점 감시대상에 올려놓아 불성실 신고 혐의가 드러나면 곧바로 조사할 계획이다.

◇ 기준시가는 언제,얼마나 오르나=이번에 기준시가 수시조정대상으로 지정된 95개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재건축이 진행 중이거나 재건축과 관련된 소문에 힘입어 값이 많이 오른 곳들이다.

국세청은 단순한 호가뿐 아니라 실제 거래가격 등을 면밀히 조사해 동.호수 별로 기준시가를 일일이 매겨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2~3개월 후에 새 기준시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시가의 70%(전용면적 50평 이상의 고급주택은 90%) 수준에서 기준시가를 정하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95개 아파트단지의 기준시가가 15%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30% 가량 올랐는데, 이중 반 정도는 지난해 7월 기준시가 고시 때 이미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양도세 부담의 증가율은 훨씬 커진다. 예를 들어 현재 기준시가가 2억6천만원인 강남 A아파트 25평형을 2년 전에 사 지금 팔면 양도세가 1천8백만원 수준인데, 기준시가가 2억9천90만원으로 15% 오른 뒤에 팔면 양도세는 3천2백만원으로 80%나 많아진다.

◇ 부동산 투기대책반은 어떻게 움직이나=국세청 직원 1백50명이 10일부터 부동산거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투입된다.

대상 지역은 역시 서울 강남이다.

이들은 신분을 나타내지 않고 물밑에서 움직인다.특히 값 상승을 주도하는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저밀도지구 소형아파트의 가격 및 거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아파트.오피스텔 등의 분양권 전매자료를 수집하고 아파트 분양현장에 나가 분위기를 살피며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감시한다고 국세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세정 기자

*** 세무조사서 걸리면

서울 강남구의 강모씨는 도곡동 삼성사이버아파트 35평형을 지난해 분양받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세무서에 6백만원의 프리미엄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강씨는 기본공제 2백50만원을 뺀 3백50만원의 과세표준 금액에 40%의 세율을 적용해 1백40만원의 세금을 냈다.

그러나 국세청이 파악한 당시 분양권 프리미엄은 1억2천5백만~1억9천5백만원이었다. 강씨는 신고한 프리미엄보다 1억1천9백만~1억8천9백만원을 더 받았을 것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가 받은 프리미엄이 1억5천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그는 신고 및 납부를 불성실하게 한 데 따른 가산세까지 합해 6천7백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추징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 분양권 전매와 아파트를 산 지 1년 이내에 판 단기 양도의 경우 실제 거래가격에 맞춰 양도소득세를 추징당하게 된다.또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징세액의 10%의 불성실 신고 가산세를 물게 된다.

제대로 신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예정신고 세액공제(10%)까지 감안하면 세금을 적게 신고했다가 당초 내야 할 세금보다 22% 정도 더 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판 사람의 경우 소득세 확정신고 기한인 올 5월을 넘겨 세금을 추징당하면 5월 말 이후부터 세금을 낼 때까지 매일 불성실 납부가산세로 세금의 0.05%를 더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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