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스마트폰 열풍 노인 배려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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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이폰이 가져온 국내 스마트폰 바람으로 이제 스마트폰 하나 들고 다니지 않으면 대화에서 약간 소외되는 경우도 생겼다. 유행에 민감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정치인·관료들은 스마트폰 ‘열공’ 중이다. 신종 스트레스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중장년층 중에는 “일반 휴대전화 기능도 잘 모르는데 스마트폰까지 배워야 하니 답답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무선인터넷 확산 등 한국의 정보기술(IT)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스마트폰 대중화가 보약이 될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IT 시대의 ‘정보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IT 지식이 빈곤하거나 인프라에 접하기 어려운 빈곤 계층이나 노령 계층에게 스마트폰은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경북대 사회학과 조주은 교수팀은 최근 ‘고령층의 통신서비스 이용 문화’라는 보고서를 냈다. 55~80세 소비자는 휴대전화를 음성통화에 주로 쓰며,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을 가장 배우고 싶어했다. 주변에 물어보자니 좀 창피한데 그렇다고 마땅히 물어볼 데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이 네 차례에 걸쳐 1대1로 사용법을 가르쳐주자 80% 이상은 웬만한 기능을 금세 익혔다.

“젊어진 것 같다. 문자도 보내고 사진도 찍어 보낸다. 사는 재미가 늘었다”는 게 이구동성이었다. 조 교수는 “일본에서는 눈이 어두운 고령층을 위해 사용설명서를 A4 용지만큼 크게 만들고 글자 대신 그림으로 설명한다. 사용법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우리나라도 그런 서비스를 생각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사회적 유행의 압력’과 ‘실질적 필요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스마트폰 판매경쟁도 중요하지만 IT 소외 계층이 이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결국 서비스 사용량을 늘려 통신회사들에도 이득이 될 것이다.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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