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총장도 단식농성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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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립 부산대의 박재윤(朴在潤)총장이 경남 양산의 제2캠퍼스 조성 계획과 관련해 엊그제부터 교내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으로 보도돼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더구나 1990년대 초반에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통상산업부 장관까지 역임한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농성하는 모습에 우리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朴총장은 부산대가 몇년 전부터 추진해온 이 계획이 부산시 기장군으로의 이전을 요구하는 부산시와 지역 정치인 등의 반발로 벽에 부닥치자 정부에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산대가 제2캠퍼스를 양산에 조성하든, 아니면 기장에 조성하든 그것은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대학 총장은 지성의 상징이자 내일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스승이다. 그만큼 행동 하나, 말 한 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일반인들과는 구별돼야 한다.

따라서 朴총장의 이번 행동은 그 스스로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대학 총장으로서 '비정상적이고 부끄러운' 행동이다. 더구나 특정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한 주민.단체 등의 떼쓰기식 집단행동이나 극단적인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대학 총장까지 단식 농성에 나섰으니 장삼이사(張三李四)와 뭐가 다른가. 또 학생들이 스승의 행동에서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배경도 따져봐야 한다. 부산시와 대학측은 서로의 주장에 귀기울이지 않은 채 자신의 목소리만 높였고,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눈치만 보고 있었으니 어느 세월에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선거를 겨냥한 득표전략이란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부산시측은 "두뇌 유출로 인한 부산의 산업 공동화가 우려된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학교측과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대학측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최종 선택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 朴총장 역시 당장 단식 농성을 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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