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국제사회의 안보 이슈로 떠오른 천안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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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어뢰라는 명백한 물증(物證)이 공개되면서 천안함 사태가 국제사회의 안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일본·캐나다·호주와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주요 국가가 사태를 남북한이나 한·미 동맹, 나아가 6자회담 당사국의 차원을 넘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국제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천안함 사태의 역사적인 성격과 충격은 예상보다 큰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격 규정은 향후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접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캐나다는 다음 달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주최하면서 천안함을 긴급 의제로 추가할 것이라고 한다. 로런스 캐넌 외교부 장관은 이란의 핵개발과 함께 북한의 도발행위가 G8 지도자들에게 안보 의제로 대두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EU는 천안함 공격과 관련된 북한 관계자들과 가족의 입국 금지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미 의회에선 대북 비난과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성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원에는 북한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대응과 한국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의됐다. 미국 백악관·국무부·국방부의 정례 브리핑에서 천안함은 톱 이슈로 떠올랐다.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유엔 안보리를 포함해 여러 다른 국가, 기구들과 후속조치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하토야마 총리가 긴급 내각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선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북한은 ‘전면전(全面戰)’을 위협하는데 북한의 어떠한 추가 도발도 ‘북한 대(對)국제사회’의 대결구도가 될 거라는 점이다. 북한은 핵실험에 이어 천안함 도발로 더욱 고립됐다. 국제사회의 각오로 볼 때 북한의 무력도발은 국제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돼 적절히 응징될 것이다. 이는 곧 북한 정권의 생존 문제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에도 중요한 메시지가 돼야 한다. 두 나라는 아직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는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데에 두 나라가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의 동맹 또는 우호관계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세계 평화와 반(反)테러 차원에서 사건에 접근하는 국제사회의 합리적인 태도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인류 문명적 차원의 대응을 하게 된 데에는 한국 정부의 과학적이고 면밀한 조사, 그리고 신중하면서도 다각적인 외교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천안함 외교’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 미·중 전략·경제 대화, 한·중·일 정상회담, G8 정상회의, 유엔 안보리 등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냉정·이성·과학적인 접근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유지·확대하는 외교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불행이지만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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