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한 분이듯 교회도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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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파의 분열을 넘어 '하나의 목소리'를 내려는 개신교 내부 움직임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회장 옥한흠.이하 한목협)는 17일 오전 서울 CCMM 빌딩에서 '한국교회 일치를 위한 교단장협의회' 출범 준비모임을 갖는다. 지난 11월 15일 12개 기독교교단장들이 참석해 발기위원회를 구성한 뒤 후속 모임이다.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위한 논의는 많았지만 '원론 찬성, 각론 반대'의 수순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행보였다. 거기에 비추어 이번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한국 개신교를 이끄는 주요 교단장들이 거의 모두 참여하고 있는 데다 연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각론 찬성'을 향한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

현재 개신교는 크게 보수적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진보적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로 구분돼 있다. 이들 간의 통합 움직임 역시 여러차례 있었으나 별다른 열매를 맺지 못했다. 여기에 각종 교단과 교파 등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도 개신교가 조직면에서 불교나 천주교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힘든 구조적 난점으로 지적돼왔다.

한목협은 1998년 11월 "어떤 이유나 변명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분열은 잘못된 것"이라는 자기 반성적인 창립선언문과 함께 결성됐다. 이들의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된 계기는 2000년 6월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그 뒤 1백만 성도 서명대회.월별 정례기도회 등을 통해 꾸준히 힘을 실어왔다.

특히 교단의 쌍두마차격인 예장통합(총회장 최병두)과 예장합동(총회장 예종탁)이 지난달의 모임에서 한 목소리로 통합기구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그 기대에 파란 불이 켜졌다.

이날 예종탁 목사는 "1천만명이 넘는 교세를 가진 한국 교회가 대표 기구의 부재로 사회적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며 "사회적 신뢰회복을 위해 교단연합기구의 구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병두 목사는 연합운동의 세가지 방향으로 ^교단중심적 경쟁심을 배제한 그리스도 중심적 신앙고백^각 교파간의 교류와 나눔의 확대^통일과 환경 등 시대적 과제 앞의 봉사를 제시했다.

새로운 세기를 맞아 더 늦기 전에 '하나된 교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한목협의 결의는 개신교 환골탈태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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