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스모킹 건’은 TNT … 북 어뢰 추진 화약과 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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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5월 14일자 1면.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다는 결정적인 증거(smoking gun)는 선체 등에서 검출한 화약(TNT) 성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본지 5월 14일자 1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 중인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과 수거한 파편 등에서 검출한 화약 성분이 북한제라는 확증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20일 합조단의 조사 결과 발표 때 ‘북한의 어뢰 공격’이란 표현이 발표문에 들어갈 전망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합조단이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북한 소행으로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것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 잠수정의 어뢰 근접 타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판단을 내렸으나 보고서엔 추정을 통한 구체적 사건 정황 등은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조사 내용만 담을 것으로 파악됐다.

합조단은 먼저 천안함이 어뢰의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는 점을 천안함 연돌(굴뚝) 등에서 검출한 고성능 폭약 RDX로부터 확인했다. RDX는 주로 어뢰의 탄두에 많이 사용된다. 어뢰 탄두의 폭약은 RDX와 TNT, 알루미늄 분말을 대략 2대2대1의 비율로 배합해 만든다. 그러나 RDX의 성분은 나라별로 거의 차이가 없어 어뢰 제조국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합조단이 어뢰 제조국이 북한일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좁히게 된 것은 RDX와 함께 TNT를 검출했기 때문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TNT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옛 공산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유황과 질산으로 만드는 TNT의 성분은 제조국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 지문과 같다는 얘기다. 옛 공산권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동구권 등이다. 특히 군 당국은 검출한 화약 성분이 북한군 훈련용 어뢰의 추진제로 사용되는 화약과 일치한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한다. 우리 군은 7년 전 서해 연안에서 북한의 훈련용 어뢰를 수거해 보관해 왔다. 훈련용 어뢰에는 탄두가 없지만 유도 및 추진 장치가 있어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밝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는 전언이다.

한편 군 당국은 천안함 폭발 당시 떨어져 나가 바닷속에 가라앉았던 디젤기관을 최근 인양해 평택 2함대사령부로 이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가스터빈도 해저에 가라앉아 있으며, 위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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