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신탕 문화 제대로 알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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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보신탕이 해외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뉴욕의 워너 브러더스 방송은 뉴욕의 한인들이 개고기를 먹고 있다는 폭로 방송을 했고,프랑스 FT2방송은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풍자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의 개 도살과 식육 현장을 다룬 기사를 게재하며 비판했다. 앞으로도 영국의 BBC 등 주요 언론들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 습관과 관련한 토론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보신탕에 대한 외국의 비판적 태도에 대해 쉬쉬하는 쪽을 택해 왔다. 강력히 맞설수록 비판론자들의 연대만 강화시킬 뿐이라는 입장에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이런 태도를 바꿔 보신탕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그릇된 정보를 토대로 한국은 야만국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은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엘리트 신문으로 꼽히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이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보신탕 문화 옹호론을 펴고 있는 만큼 세계 여론도 반드시 우리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

남녀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한국인의 상당수가 개고기를 먹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보신탕은 우리 음식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사람의 오감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 변하지 않는 것이 입맛이라지 않는가. 우리의 식문화를 바로 알리는 데 보신탕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문화의 보편주의와 상대주의를 어떻게 조화롭게 받아들여 이해할 것인가를 잘 알려야 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문화원을 통해 농경 사회의 오랜 개고기 식문화에 대한 이해와 이웃 중국 등도 먹는 음식이라는 점, 애완견과 식용견은 처음부터 달리 사육하며 애완견은 결코 먹지 않는다는 점, 도살할 때도 전기 충격을 이용한다는 점, 보신탕 애호가가 한국 내에서도 소수라는 점 등을 적극 알려야 한다. 올바른 정보 제공이 백마디 변명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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