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은 잘못한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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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야당이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을 겨냥해 국회 법사위 출석과 자진 사퇴를 요구하자 愼총장은 27일 광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은 잘못한 게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자극받은 야당측은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한 선전포고"라고 맞서 결국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결했다.

愼총장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와라''그만 두라'하고 있다"면서 "검찰이 대형 비리 사건에 무엇이 연루됐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특검을 하고도 실패해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고 사회 혼란만 야기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도전적 발언도 불사했다.

우리는 愼총장의 발언 내용을 접하면서 우선 그의 현실 인식이 너무도 국민 기대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검찰이 잘못한 게 없다면 최근 벤처 기업 3대 게이트의 정치권 로비 축소.은폐 수사 의혹과 연루 검찰 간부 문책 인사, 국가정보원 간부 봐주기 수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용호 게이트에 대해 지난 9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검찰총장에게 특별 지시를 한 것은 또 무엇 때문인가. 그래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법무부가 지난달 검찰제도 개혁안까지 서둘러 발표하지 않았는가.

검찰의 잘못은 이루 열거하기가 힘들고 최근 몇달 사이에는 신문.방송 뉴스에서 빠진 날이 없을 정도다. 서울시민 1천여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70. 9%가 '검찰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을 보면 여론이 어떠한지를 알 만하지 않은가.

특히 愼총장은 친동생의 거액 수수 문제로 개인적으로도 게이트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온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검찰로 쏠리고 있는 시점에 愼총장의 구름 위를 거니는 듯한 발언은 분노와 허탈함을 지나 검찰총장으로서 직무수행 능력을 의심하게 한다.

이미 우리는 검찰총장이 의혹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거나 그럴 의지가 없다면 자진 용퇴하기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현실 인식이 이렇다면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그의 사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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