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포매립지 어떻게 쓸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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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김포 매립지를 농업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그것이 그대로 굳어져 정책으로 집행될 경우 적지 않은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간척지 개발의 명분을 농업용지 확보에 두어온 그동안의 정책이 갑작스레 선회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고 농업도시라는 개발 발상도 현실성 면에서 안이하기만 하다.

정부 정책에서 첫 과제가 일관성 유지라면 우선 이번 개발 계획은 일관성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 정부는 뉴라운드 출범으로 쌀 증산 정책을 포기해야 하고 추가적인 농업 지원도 어려운 형편이니 김포 매립지의 농지 사용은 실익이 없다는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파산에 직면한 동아건설의 용도 변경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던 정부가 그 땅이 손에 넘어왔다고 한두해 만에 입장을 선회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타 지역과의 형평성도 문제여서 정부는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새만금 사업의 재개를 결정하면서 대규모 농지 확보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또 서산 간척지나 새만금의 땅 소유주들이 같은 용도 변경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대답할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일단 김포 매립지를 절반은 쌀농사를 위한 농지로, 나머지는 관광.물류.첨단산업 단지 등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개발 성격이 인근의 영종도와 송도 신도시 개발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는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인천시는 역시 바다를 메워 조성 중인 송도 신도시의 경우 공항에 가까운 이점을 살려 첨단 정보산업과 국제 금융시설 등으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나 개발 여건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 김포 매립지마저 비슷한 용도로 개발할 경우 투자 효과는 상당히 떨어질 게 분명하다. 인천시가 매립지 개발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중복 요인의 해소를 위해 개발 시기와 방식에 대해선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일이다.

김포 매립지는 동아건설이 1980년부터 10년간 조성한 농지로 99년 농림부 산하 농업기반공사가 6천3백여억원을 주고 매입한 후 이자만 1천4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농림부로서는 시간을 끌수록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처분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결국 농업도시라는 포장을 앞세워 처분의 논리를 만들기에 급급했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제 김포 매립지는 위치의 성격이나 농업 상황의 변화를 감안할 때 개발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제대로 된 개발 계획을 만들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중국의 급부상과 관련해 서해안 벨트와 연계해 개발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부분적으로는 원예.화훼 등 수출농업기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일개 부처나 지자체가 아닌 범국가적 차원의 개발 전략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개발의 현실적 불가피성이 아무리 크다 해도 급조된 방안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고 일도 꼬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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