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진승현 총선자금설'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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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된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이 지난해 총선 직전 정치권에 거액의 로비자금을 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여야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신승남 검찰총장.신건 국정원장 퇴진압력을 피해가려는 물타기용"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 "진승현 리스트 있다면 공개해야"=민주당 한광옥 대표는 당무회의에서 "우리 당은 부정이나 비리를 비호할 생각이 없다"며 "어떤 경우든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일단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검찰 재수사 결과를 지켜보되 문제가 있다면 특검제 실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대변인은 "구체적 실체도 없이 '리스트' 운운하며 이런 저런 얘기가 떠도는 상황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당국은 리스트가 있다면 국민 앞에 말끔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당내에선 陳씨가 권력 실세그룹이나 법조 출신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사건의 파장이 커질 경우 당내 역학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5천만원 수수 의혹이 제기된 김방림 의원은 "검찰이 궁지에서 벗어나고자 여론몰이식 수사로 국회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할 뜻을 밝혔다.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은 "정치자금의 진상을 명쾌하게 규명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며 더 이상 국정농단이 있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 "정치권 사정설은 정국 반전용"=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사태를 주시하던 한나라당은 검찰이 陳씨의 총선자금 지원설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자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기배 총장이 주재한 주요 당직자회의에선 "진승현 리스트는 검찰총장.국정원장 퇴진압력과 김홍일 의원에게 집중되는 각종 의혹을 피해가려는 여당의 물타기 작전"이라고 규정했다.

이재오 총무는 "과거 군사정권 때 권력기관이 몰리면 간첩사건을 조작하더니 현 정권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정치권 사정설로 공갈.협박을 한다"며 "여야 의원 비리 연루설은 DJ정권의 통치기술"이라고 비난했다.

당에선 공식논평을 통해 "여당이 게릴라식 의혹 부풀리기로 정국의 반전과 시간벌기에 나섰다"면서 "김홍일 의원의 의혹도 밝혀라"고 요구했다.

◇ 야, 검찰.국정원 강경기류에 격앙=국정원이 이날 오후 신건 국정원장의 사퇴를 거부하고, 신승남 검찰총장이 26일에 출석하라는 법사위의 결의를 거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격앙됐다. 법사위 간사인 김용균 의원은 "愼총장이 안 나오면 표 대결을 해서라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특검제 실시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검찰이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재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정이 본격화하면 야당이 피를 흘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양수.최상연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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