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영화] EBS '가을 소나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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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가을 소나타(EBS 밤 10시)='카사블랑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그리드 버그만의 마지막 영화이자 잉그마르 베리만 감독의 후기 성향을 대표하는 여성 영화다.버그만은 암에 걸린 상태에서 이 영화에 출연했고 결국 유작이 되고 말았다.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샤롯(잉그리드 버그만)과 그녀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둘째 딸 에바(리브 울먼)가 7년만에 만나 애증관계를 털어놓으며 팽팽한 심리전을 벌이는 실내극. 공간적 배경이 에바의 집이고 출연진도 극히 제한돼 있어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다. 버그만, 그리고 베리만의 분신인 리브 울먼은 인물의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해 격찬을 받았다.

상식적인 모녀 관계의 틀을 깨는 이 영화는 늙어가는 어머니의 수치심과 딸의 상처를 교차시키는 기법으로 긴장을 유지한다. 세상 모든 어머니와 딸이 서로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할만한 대사들이 폐부를 찌른다.

후기 베리만 영화에서 나타나는 죽음에의 충동이나 어머니란 존재가 갖는 강박관념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단아한 피아노 선율과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이 돋보인다.

1977년작. 원제 Autumn Sonata. ★★★★☆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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