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영화] KBS1 '위대한 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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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위대한 유산(KBS1 밤11시25분)=19세기말 영화가 탄생하는 데 기여한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단지 사진술의 도움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었다. 의아할 지 모르지만 기차나 백화점도 영화의 출산을 도왔다.

기차 여행은 사람들로 하여금 빠르게 스쳐가는 이미지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움직이는 영상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백화점은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화려한 스펙터클을 전시해 영화의 이미지를 풍성하게 했다.

여기에 19세기말의 소설들, 특히 찰스 디킨스의 소설도 영화의 전사(前史)를 형성했다. 디킨스의 소설은 장면 전환이 빠르고 화자의 시점이 다양해 극영화의 선구자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소설 중에서도 '위대한 유산'은 영화로 가장 많이 차용된 작품이다. 특히 빈털털이 고아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멋진 신사로 성장한다는 드라마틱한 요소도 영화화로의 유혹을 부추겼다.

'위대한 유산'을 각색한 영화 중 걸작으로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46년도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방영하는 작품은 원작을 많이 변형했지만 에단 호크.기네스 펠트로를 내세워 상업영화적인 재미를 그런대로 잘 담아냈다. 미국 플로리다 해안의 작은 마을에서 누나와 함께 가난하게 사는 벨(호크)은 화가가 꿈이다.

어느 날 우연히 이웃에 사는 부호로부터 예기치 않은 초대를 받은 그는 파티장에서 부호의 질녀인 에스텔라(펠트로)에게 반한다.

한편 갑작스럽게 나타난 익명의 후원자 덕분에 벨은 뉴욕으로 미술 공부를 하러 떠나고 에스텔라는 파리로 건너가면서 둘은 헤어진다. 로버트 드니로와 앤 밴크로프트가 조연으로 맛을 더한다.

감독은 멕시코 출신의 알폰소 쿠아론. 1998년작.Great Expectations. ★★★☆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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