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심상치 않은 북의 위협 … 결연한 대응 요구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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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북한의 대남 위협이 심상치 않다. 북한 경비정 2척이 1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고속정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다. 천안함 사태로 남측이 격앙되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또다시 도발을 감행해온 것이다. 특이한 것은 자신들이 1999년부터 주장해온 해상분계선을 남측 고속정이 침범했다고 북한이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처음으로 경고방송을 했다는 점이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NLL 인근 예하부대에 ‘남측 함정이 해상분계선을 넘어서면 무조건 사격을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이번엔 북한 경비정이 별다른 대응 없이 돌아갔지만, 앞으론 고도의 경계심을 갖고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2일 느닷없이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노동신문을 통해 주장했다.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북한의 이런 태도는 ‘수소폭탄도 제조할 수 있다’는 위협을 은근히 국제사회에 가한 것이다. 북한이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고려한다면 굳이 터뜨릴 사안은 아닌 것이다. 중국의 관영언론까지 나서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그만두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북한이 NLL 침범이라는 또 다른 위협전술을 구사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를 긴장으로 끌고 가기로 작심한 결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이 헝클어진 후 심각한 민심 이반과 경제난을 겪어왔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남측과 중국으로부터는 경제지원을 받고, 미국과는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특히 이번 중국 방문에서도 ‘기대했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악화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후계구도의 조속한 정착 필요성을 감안할 때 ‘이제는 승부를 걸어야 할 때’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NLL상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일께 천안함 사태 진상을 발표한 후 몇 가지 대북(對北) 압박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원인이 나오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특히 군도 ‘천안함 침몰을 사실상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하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 명의의 대북 성명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북한의 강경대응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남북관계에 전례 없는 긴장상태가 조성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군의 경계태세에 한 치의 허점이 없도록 해야 한다.

천안함 사태는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사건이다. 특히 ‘긴장이 고조돼 봐야 우리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식으로 호도돼선 더욱 안 된다. 우리가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이번만큼은 단호하고 결연한 국민적 대응을 북한에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천안함 같은 비극적인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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