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서 '시가전' 사흘째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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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수도 방콕 도심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군이 시가전을 벌여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밤부터 이어진 시위대와 진압군의 총격전으로 15일 오후 5시(현지시간)현재 22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산세른 카우캄네르드 태국 군 대변인은 이날 “시위대가 자진 해산하지 않으면 점거 지역 안까지 군을 투입해 강제 해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유혈충돌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신문에 따르면 양측의 시가전 양상은 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도시 곳곳이 '전투 구역(war zone)'으로 변했다고 전한다. 영자지 방콕포스트는“실롬ㆍ라차프라롭 거리 등 시위대가 포위된 라차프라송 거리와 연결되는 도로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총격전이 수도를 가로지르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진압군측은 13일 밤부터 라차프라송 거리 일대를 봉쇄하고 단전ㆍ단수 조치로 시위대를 압박하고 있다.

현지 방송 화면에 잡힌 방콕 상공엔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군경의 시야를 가리고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시위대가 오물 수거 트럭과 타이어,공공시설물에 불을 지른 것이다.
보안당국은 이날 라차프라롭 일대를 ‘실탄 발사 구역(live-fire zone)’으로 지정하고 시위대를 비롯해 일반인의 출입을 불허했다. 방콕 한복판에 시가전이 벌어지는 위험지역이 설정된 것이다.

진압군은 고층 건물에 2인1조로 최정예 저격수를 매복시켜 총기를 들고 접근하는 시위대를 저격하고 있다. 이날 진압군은 자위 명목으로 총기 사용이 허용됐다. 시위대도 M79 유탄발사기로 군을 공격하고 있다. 양측의 공방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 수류탄 파편 또는 총상을 입었다. 14일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 3명이 부상한 데 이어 이날도 태국 신문사의 사진기자 한 명이 다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됐다.

태국 정부 비상사태 상황센터의 파니탄 와타나야콘 대변인은“진압군은 라차프라송 거리에서 시위대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을 계속 해갈 것”이라며 “일반인과 취재진은 총격전이 벌어지는 지역에서 멀리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4일부터 업무를 중단한 주태국 미국대사관은 이날 직원 가족들에 대해 방콕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피신할 것을 권고하면서 경비를 지원키로 했다.또 자국 국민의 방콕 여행경계령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태국 정부와 시위대는 추가 인명 손실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한편 방콕 파쑴완구 지방법원은 이날 시위대 27명에 대해 비상사태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14일 체포돼 순식간에 형이 선고됐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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