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교육현장 정치 종속화는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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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제 우연히 교장.교사 몇 분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 선생님은 한국교육에 희망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고 교육의 붕괴는 교직의 붕괴로, 또 한국사회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교육붕괴의 원인은 교육정책의 정치적 종속화 때문이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치활동 선언을 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총연합회는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내걸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철야농성 및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의 주장에는 수긍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교사의 정치.노조 활동이 교육현장의 정치적 종속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무제한 인정할 수는 없다.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사용자와 협상하고, 단체행동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교원의 근로조건이 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노동조합의 활동영역은 매우 제한적이다. 교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은 정치활동금지(제3조), 쟁의행위금지(제8조)를 규정하고 있다. 교총 및 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정책 대안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으나, 이것이 수용되지 않는다고 단체행동을 할 수는 없다.

교사가 해석이 모호한 참교육의 실현을 주장하면서 현행법을 위반할 때 학칙을 위반하는 학생에 대한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교육붕괴의 해결은 모두가 제자리를 지킬 때 가능하다. 교장.교사.교육부 정책 담당자.정치인이 서로의 자리를 존중할 때 교육붕괴는 교육 회생으로 돌아설 것이다.

이학춘 <동아대 교수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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