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문 항소심' 검찰-법원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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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 9일 "검찰이 제출한 문건이 명백히 조작됐다"고 지적한 데 대해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법원과 검찰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지검 천성관(千成寬)공안1부장은 10일 "鄭의원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병수(安炳洙)부위원장의 만남을 주선한 재미교포 김양일씨가 가져온 '위임장'과 '회의록'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지난달 결심 공판 때 문서감정을 (구두로)요청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인기관의 감정 결과 없이 판사들의 육안 감정으로 위임장이 조작됐다고 판정한 것에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장인 서울지법 김건일(金建鎰)부장판사는 "검찰이 문서 감정을 요구한 기억이 없다"며 "검찰이 제출한 회의록 원본에는 쌍방의 서명 부분에 가필한 흔적이 남아 있어 명백히 조작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재미교포 金씨는 지난 9월 鄭의원 재판 때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해 "鄭의원이 199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위임장을 가지고 安부위원장을 만났다"는 등의 증언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10.25 재.보선을 한달여 앞둔 미묘한 시기에 정치 쟁점화할 수 있는 위임장과 회의록 등을 철저한 검증없이 법원에 그대로 제출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서울지검의 한 간부가 "이회창 총재의 위임장이 진짜라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인정해, 검찰이 위임장의 진위 여부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밑져야 본전'이란 안이한 생각으로 위임장 등을 증거물로 법원에 제출했을 가능성까지 지적되고 있다.

김원배.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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