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머뭇거릴 때 과감히 투자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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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10년 구상’이 드러났다. 삼성은 친환경과 건강증진(헬스케어) 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10일 저녁 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건희(사진) 회장 주재로 신사업 관련 사장단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회장이 3월 하순 경영복귀 후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사업으로 결정된 투자대상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다. 반도체 이후의 성장동력을 찾아온 삼성이 이들 5개 분야를 차세대 산업으로 고른 것이다.

이 회장은 회의에서 “환경보전과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도 녹색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기도 하다”면서 소명 의식을 갖고 신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고 유능한 인재를 많이 뽑아 실업 해소에도 더 힘써 달라”고 사장단에 주문했다.

삼성은 5개 신사업에서 2020년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약 4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5개 신사업의 구체적 추진계획도 확정했다. 태양전지 사업에는 2020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10조원의 매출과 1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자동차용 전지는 5조4000억원 투자에 10조2000억원의 매출과 7600명의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LED는 8조6000억원을 투자해 현재의 디스플레이 백라이트에서 조명엔진·전장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17조8000억원의 매출과 1만7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로 했다. 바이오 제약은 삼성전자와 삼성의료원이 협력해 추진하며, 수년 안에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시밀러(단백질 복제약) 중심으로 2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의료기기는 혈액검사기 등 체외진단 분야부터 진출해 1조2000억원 투자에 10조원 매출과 9500명 고용을 목표로 잡았다.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인 이인용 부사장은 “(이 회장이) 첫 회의 대상을 신사업으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신사업에 관해 그만큼 의지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5개 신사업을 맡게 될 사장들이 신사업 시장·기술 동향과 추진전략을 발표한 뒤 관련 내용을 함께 논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회의에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인 김순택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 LCD사업부장인 장원기 사장, 최치훈 삼성SDI 사장, 김재욱 삼성LED 사장, 김기남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이종철 삼성의료원 원장 등 신사업 관련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들과 이상훈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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