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감" "말썽꾼" 다나카 평가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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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관료조직과 싸우는 여전사인가,일본외교의 골칫덩어리인가. 최근 일본 정계에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59)외상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도 드물다.

다나카는 1972년 중국과의 수교를 이끌어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 총리의 딸이다.일본 정계에서는 대표적인 '독설가'다.

자민당 의원이면서 자민당 집행부를 신랄하게 비판해 자민당에 식상해있던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세간에서는 "총재 직선제가 되면 다나카가 총재가 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그러던 다나카가 지난 4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내각에서 사상 첫 여성 외상으로 취임한 이후 연일 각종 구설수로 언론의 포화를 맞고 있다.이유는 여러가지다.우선 취임 직후부터 벌이고 있는 외무성 관료들과의 싸움이다.

지난달 말에는 '인사과장 경질 요구 농성사건'을 벌인 데 이어 또 과장급 이하 직원 90여명의 인사를 동결시켰다.일부 외무성 직원들은 다나카를 중국 청조 말의 서태후(西太后)에 빗댈 정도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東京)도지사는 "다나카 전총리는 관료조직을 장악하는 데 천재였지만 딸은 열등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 확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취임 초기 찾아온 외국 주요각료와의 회담을 회피하거나 국내 국회일정을 이유로 주요 국제회의에 자주 빠지는 등 자질도 비판받고 있다.

지난 1일 밤에는 "반지가 없어졌다"며 사무관료들에게 화를 내다 카말 아라지 이란 외무장관과의 회담에 40분 늦기도 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다나카의 인기는 '도넛 인기'"라며 "성격이 이상해 멀리서는 좋아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싫어지게 된다"고 말했다.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는 평도 받는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아직도 다나카를 지지하고 있다.외무성의 비리가 계속해 터져나오면서 외무성 개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게다가 정치인 장관이 관료에 끌려다닌 일본 풍토로 볼 때 다나카의 행동은 신선하게 비쳐지기도 한다.

다나카의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도 있다.뉴욕타임스는 2일 "관료조직이 다나카를 몰아내는 데 거의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고이즈미가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내각은 최소한 1년은 가야 한다"며 다나카 경질론을 일축하고 있다.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다쿠쇼쿠(拓殖)대 국제개발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다나카 스캔들의 이면에는 고이즈미와 반(反)고이즈미 세력간의 싸움이 걸려 있고,외무성이 반고이즈미 세력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일 외교소식통은 "다나카의 대중적 인기가 계속될지 하락할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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