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마음 남자생각] 질투로 사랑 업그레이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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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완벽한 외모에 멋진 옷차림의 남자가 안지 옆에 앉아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고 있다. 안정이 들어선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안정은 뭔가 강렬한 것이 속에서 솟구쳐 올라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뜨거운 기운을 뿜어 내는 느낌을 받는다.

안지와 그 남자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로 우연히 만나 지난 얘기를 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초지종을 듣고나서도 안정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질투의 힘은 가히 폭발적이다. 어디서 뜨거운 기운이 용솟음쳐 나오는 걸까. 안정은 그 열기가 못내 분했는지 비겁하게도 복수를 결심하고 웨이트리스에게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안정의 이 유치한 질투 게임에 결국 안지도 폭발한다.

이달 말 결혼 예정인 안정과 안지는 그날 밤 대판 싸운다. 그리고 질투가 서로를 향한 에너지로 전환된 순간 서로의 뜨거운 사랑도 확인한다. 그렇게 노도와 같았던 밤이 지나간다.

우린 그렇게 질투하며 살아간다.

질투는 애정의 표현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질투라는 감정이 생겨날 리 없다. 단 소유욕에 불타서 하는 과도한 질투는 조심해야 한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서로를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과대망상은 끊임없이 소모적인 질투를 만들어내고 두 사람의 사랑마저 위협한다. 질투의 역할은 사랑의 확인이지 사랑의 파괴가 아닌 것이다.

끓어오르는 질투로 대판 싸운 날 안정은 안지와 얼마나 많은 걸 함께 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안지는 안정의 일상 속에 얼마나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새삼 확인하게 됐다.

그런 서로의 바람들을 구체적으로 읽고 확인하고 곱씹는 과정 속에서 사랑이 두세 배는 크고 깊고 넓게 확장된다.

질투의 긍정적인 면을 찾자. 질투는 일상의 신선한 자극이다. 질투를 통해 남녀는 무뎌져가는 서로에 대한 시선에 윤기를 찾고 사랑의 pH 밸런스를 맞추게 된다.

질투는 잠시 잊고 지냈던 상대방의 진가를 재발견하게 해주며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겨오던 사랑을 일깨워준다.

적당히 질투하며 살자. 귀여운 질투는 사랑을 업그레이드시켜 준다.

▶안정(34세. 프리랜서 글쟁이. 안정은 필명. 안지의 예비 남편. 한달 후 결혼 예정)

▶안지(29세. 시나리오 작가 준비생. 안지는 필명. 안정의 예비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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