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학술회의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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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평화의 날 20주년을 맞아 27일 서울 롯데호텔 컨벤션룸에서 열린 '문명간의 대화를 통한 지구 공동사회의 건설' 주제의 국제평화 학술회의에선 미국 테러사태가 중점 거론됐다.

유엔한국협회.경희대.세계대학총장회.밝은 사회 국제클럽 공동주최로 열린 회의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아마드 부타셰 주한 알제리 대사=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리스트가 된 것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미국 CIA가 사실상 지원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미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그렇지만 알제리는 테러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에반스 리비어 주한 미 대사관 참사관=이번 테러는 결코 문명충돌이 아니고 반인륜적 범죄다. 아랍인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해서 특정 종교.인종.국가에 대해 보복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테러를 미국의 일방주의적 중동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테러는 미국이 친이스라엘로 돌아서기 전부터 준비된 것이며 테러 방법이나 규모.성격에 비춰 보면 미국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국의 중재에 의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자치권을 확보했음에도 세계무역센터에 테러를 가했다.

이번 테러가 미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안병준 교수(연세대 정치학)=테러는 인류사회 전체에 대한 위협이다. 세계경제에도 위협이 되는 만큼 범세계적.다자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며 모든 나라가 테러방지를 위해 부담을 나눠 가져야 한다. 한국도 반테러 전쟁에서 충실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

▶이영조 교수(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이번 테러는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른 전쟁으로 해석해야 한다. 냉전 후 국가간 전쟁은 줄어든 대신 국제적 테러리즘에 직면해 있다.

과거엔 국가간 전쟁이 중요했으나 탈냉전.세계화시대에는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s)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안보환경의 변화에도 이론적.실천적 대응은 미흡하다. 과거의 근대국가 체제에 젖어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제3의 전쟁은 현재로선 미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으나 그 영향은 세계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쟁은 테러조직이 미국과 같이 압도적인 자원을 갖고 있는 국가에 대해 감행하는 비대칭적 수단이다. 앞으로 디지털 무기 등 다양한 살상무기가 사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세계화로 국경이 낮아지고 안보비용을 줄이는 만큼 테러리스트는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해졌고 그 파급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확대됐다. 첩보.감시강화나 테러조직의 발본색원도 중요하지만 국제적 협조가 최종적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

▶케이 그린 유엔 공보처 NGO집행위원회 의장=이번 테러를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미디어가 평화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예를 들어 CNN의 과잉보도가 테러에 대한 무감각을 양산할 수 있다. 또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이후 방영된 장면 중 팔레스타인인이 환호하는 장면은 오래 전에 녹화한 것을 방영함으로써 상황을 조작했다. 유엔이 테러와 관련된 NGO단체를 지원했던 사실도 밝혀졌는데 앞으로 지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레나테 블뢰엠 유엔경제사회이사회(CONGO) NGO협의회 의장=인종갈등 해소에 NGO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그 역할이 증대하고 있는 NGO가 활동영역을 넓혀 비어 있는 제3섹터로 확장하면서 민주적 교육을 시켜나감으로써 인종주의에 기반한 테러를 막을 수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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