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용호씨 체포취소 특감서 외압 정황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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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찰 특별감찰본부(본부장 韓富煥대전고검장)는 26일 지난해 5월 서울지검 수사팀이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를 긴급 체포하고도 36시간 만에 풀어준 데는 당시 임휘윤(任彙潤.현 부산고검장)서울지검장에게 외부 압력이 작용한 때문이라는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

감찰본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李씨 석방은 당시 任지검장과 이덕선(李德善)특수2부장이 주도한 것으로 윤곽이 드러났다" 며 "그러나 그같이 결정하는 과정에서 任지검장에게 결정적인 외부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감찰본부는 이에 따라 금명간 任고검장을 다시 소환해 압력을 넣었거나 부탁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감찰본부가 외압이 있었다고 보는 것은 任고검장이 지난해 5월 9일 긴급 체포 때 李씨 수사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종전 주장과 달리 내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 중순 이미 수사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감찰본부는 26일 당시 서울지검 3차장이었던 임양운(林梁云)광주고검 차장과 李지청장을 소환 조사한 결과 이들에게서 "지난해 4월 20일께 수사계획서를 지검장에게 보고했다" 는 진술을 받아냈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은 任고검장이 당초 李씨 체포와 사법처리에 반대하지 않다가 李씨를 긴급 체포한 뒤 풀어준 36시간 사이에 입장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며 "이같은 변화는 김태정(金泰政)전 법무부 장관의 전화나, 任고검장이 李씨와 아는 사이였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 이라고 말했다.

감찰본부는 당시 외부기관에 근무 중이던 검찰 간부 출신이나 고위층 측근이 任고검장에게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현.조강수.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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