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LG "독종으로" 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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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LG그룹이 달라지고 있다. 종전 LG의 화두는 인화(人和), 초우량 기업, 비전과 전략 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독종, 말보다 실천, 신바람나는 조직 등으로 바뀌고 있다. 구본무 LG회장이 연일 일등주의와 강인한 승부근성을 강조하면서다.

具회장은 지난 8월말 50여명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글로벌 CEO 전략회의' 에서 참석자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말보다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찰스 오라일리 교수(미 스탠퍼드대)의 강연제목도 '지행(知行)의 간격(knowing-doing gap)' 이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고, 그 간격을 줄이라는 의도에서였다. 9월 초 임원 세미나에서도 이젠 성과로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강력한 실천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는 신바람나게 일하는 조직에서만 가능하니 CEO들은 조직문화를 혁신하라고 강조했다.

◇ 왜 달라지고 있나=LG 관계자는 具회장의 변화에 대해 "1등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LG전자 백색가전과 LG카드에서 느꼈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2등짜리 사업을 몇개나 갖고 있는 것보다 1등짜리 하나 갖고 있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LG는 국내 2위의 대그룹이지만 1등짜리가 많지 않다.

백색가전과 카드를 제외하곤 LG건설과 전선 정도가 1등이거나 1등에 가깝다. 줄곧 1위를 지켜온 백색가전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2조8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15.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1998년부터 매년 평균 22%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LG카드 역시 98년엔 업계 5위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선두자리를 확보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5%나 됐고 올해는 이보다 더 높아 상반기는 30%를 넘었다.

따라서 具회장은 연신 LG전자 김쌍수 백색가전담당 사장과 LG카드 이헌출 사장을 칭찬한다. 사람 보는 눈도 달라졌다고 한다.

LG관계자는 "종전엔 비전과 전략을 잘 짜고, 이를 잘 전파하는 '말 잘하는 사람' 이 회장 눈에 띄었지만 앞으론 성과를 내는 실천적인 사람이 보상을 받게 될 것" 이라고 말한다.

구조조정은 이제 할 만큼 했다고 판단한 때문도 있다.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부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LG는 경기침체기에도 연구개발(R&D)투자는 오히려 늘리고 있다. 침체국면에서 탈출하고, 지속적으로 일등을 하려면 해법은 R&D 투자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LG전자는 최근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이동통신을 '일등 해야 할 사업' 으로 정하고 올해 R&D 투자액을 2천억원 늘렸고, 내년은 이보다 22%나 늘려 잡았다.

LGCI도 올해 생명과학 분야 투자를 매출액 대비 40%로 늘렸고, LG 마이크론은 상반기 중 지난 한 해 동안의 R&D 투자액의 80%인 45억원을 투자했다. 인사시스템도 성과주의 위주로 바꾸고 있다.

LG전자가 사원도 억원대의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평가.보상시스템을 바꾸었고, LG정유는 직위체계를 팀장과 부팀장의 2단계로 바꿔, 연공서열식에서 탈피했다.

김영욱 전문위원

***구본무 회장의 말말말

***구본무 회장의 말말말

○…지금 유일한 돌파구는 기술에 승부를 걸고 일등제품을 만드는 것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아끼지 말라. (3월 2001년 연구개발 현황보고회에서)

○…잘 하는 사람은 월등히 높은 보상을 받는 반면 과실이 있을 경우엔 책임이 따르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5월 임원세미나에서)

○…LG전자 김쌍수 백색가전 담당 사장과 LG캐피탈 이헌출 사장을 본받아라. 사장이 1등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직원들을 독려해 "으쌰으쌰" 하며 일하니 1등하지 않는가. (8월말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성과 창출은 강력한 실천력이 뒤받침돼야 가능하며, 강력한 실천력은 신바람나게 일하는 조직에서만 만들어진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주는 것이 1등 LG달성을 위한 CEO와 임원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9월 11일 임원세미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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