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테러참사 후의 미국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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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의 심장부를 찌른 이번 테러사태는 TV를 통해서 전세계로 생방송됨으로써 우리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화창한 가을 아침, 국제금융의 상징인 월가의 세계무역센터 1백10층 쌍둥이 빌딩에 십분간격을 두고 선량한 여객들을 가득 채운 두대의 최신형 여객기가 마치 미사일처럼 불기둥을 내며 부딪쳐 버리는 광경은 어느 영화 장면보다 더 충격적이었는지 모른다.

*** 민간소비율 회복 등 타격

미국 전체가 경악 속에 젖어있는 동안 벌써부터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사건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들을 분석해 내고 있다. 일반적인 의견은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부터 취약해진 미국경기가 이번 테러사건으로 큰 타격을 받아 경제불황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그 첫째 이유로는 지난달 4.9%로 급증한 실업률과 계속 발표되는 회사들의 감원정책으로 소심해진 소비자들이 이번 사태로 더욱 조심하게 되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급격히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는 이번의 테러단과 그 지원국에 대한 '전쟁' 을 불사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 천명으로 다시 중동에 전운이 감돌면서 원유가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90년대 초 걸프전 시절의 미국 경제불황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셋째는 2분기에 겨우 연 0.2%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했던 미국 경제가 3분기에는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최근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의하면 도무지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테러사건 때문에 항공.여행.숙박업계와 금융분야가 큰 타격을 받을 것 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미국의 경제불황 가능성에 제일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는 곳은 일본.한국.대만.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히 미국의 침체된 IT업계 현황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수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경제의 동향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겠고 따라서 이번 테러사건 이후 계속 발표되고 있는 경기 비관론에 더욱 당황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우리가 경제전망에 대하여 잘못 근시안적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미국 경제의 거시적 추세가 이번 테러사건 때문에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는 볼 수 없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금년 상반기에 연 2.5% 대로 증가하였는데 금년에 통과된 감세정책으로 이번 3분기부터 미국 각 가정에 배달되고 있는 6백달러씩의 세금반환은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효력이 있을 것이다.

또 이번 테러사건으로 위축될지도 모르는 금융시장을 부양하기 위해서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정책을 펼 것이 예상되므로 이러한 정책은 특히 현재까지 활발한 주택경기를 계속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 사태로 미국의 국방예산이 대폭 증가되어 군수업계와 첨단 전자분야가 특수경기를 맞을 가능성도 크다고 하겠다.

*** 과감한 경기부양책 쓸 듯

그러나 미국 경제전망에 무엇보다 큰영향을 주게 될 것은 테러사태 이후 확 달라진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의 재정흑자가 감소된 것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 서로 언쟁하던 사태가 지금은 완전히 사라지고 이번 위기상황에서 양당이 한 목소리로 부시 행정부의 어떠한 재정지출 요구도 즉각 받아들일 태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만약 앞으로 경제불황의 가능성이 커지면 이제는 재정적자를 내서라도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쓸 것이 예상된다.

이처럼 갑자기 달라진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 때문에 미국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성급하게 불황예측을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테러사태로 인한 미국 경제추세가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단기적으로는 이번 테러사태가 워낙 심각하므로 세계 증시를 비롯하여 국제금융계가 심한 부침을 반복할 수도 있겠지만 4분기부터는 공격적인 금리인하 조치와 필요하면 재정정책까지도 동원된 경기부양책으로 미국 경제가 불황을 면하고 착실히 회복의 궤도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朴允植(조지워싱턴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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