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사와 일본 증권사는 닮은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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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증권사와 일본 증권사는 닮은 꼴' .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 많이 나도는 이야기다.

삼성.현대.대우.LG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네곳의 나아가는 방향이 일본의 노무라(野村).다이와(大和).닛코(日興).야마이치(山一)증권 등 이른바 '빅4' 의 1998년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4강 불패' 의 신화를 만들며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던 일본의 4대 증권사는 증시 침체로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자 98년부터 제각기 다른 길을 택했다.

먼저 1백1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야마이치 증권은 자체 생존이 힘들어지면서 98년 3월 미국계의 메릴린치증권에 경영권을 넘겼다.

현재 미국계 AIG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증권의 상황과 흡사하다.

다음으로 다이와 증권은 같은 해 7월 사실상 인수.합병(M&A)에 가까운 형태로 스미토모(住友)그룹의 금융지주회사에 빨려들어갔다.

소매 영업으로는 도무지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법인거래.금융파생상품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던 스미토모와 제휴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최근 국민-주택 합병은행 산하 또는 우리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대우증권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또한 '브랜드 파워' 를 바탕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무라 증권의 경우 소매 시장의 침체를 법인영업 강화와 대형화를 통해 극복했다.

이 점에서 노무라와 삼성증권이 닮은 점이 많다고 증권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닛코증권은 98년 6월 '기업금융부문' 을 과감히 시티그룹에 넘기고 소매 영업에 치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LG투자증권도 최근 일선 영업망을 늘리고 우체국과의 업무제휴를 하는 등 소매 영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LG측은 "결국 소매와 기업금융을 두루 아우르는 노무라와 유사한 형태로 나아갈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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