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통계관리 어떻게 했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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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 상반기 지방자치단체가 체납된 지방세를 징수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한 건수는 53만4천1백97건(행정자치부가 자치단체로부터 집계한 건수)인가, 7만4천5백29건(금융감독원이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집계한 건수)인가.

공정거래위가 1999년과 올해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한 것은 각각 21차례와 한차례(공정위 집계)인가, '단 한차례도 없다' (금감원이 집계한 부처별 통계)는 주장이 맞는 것인가.

지난해 경찰이 실시한 감청건수는 1천1백11건(경찰측 답변)인가, 1천3백20건(검찰측 답변)인가, 아니면 1천68건(정보통신부 답변)인가. 감청은 경찰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청구해야 하는 만큼 검.경의 통계가 일치해야 한다.

영장엔 한개 이상의 전화번호(이동전화번호 또는 e-메일 주소)가 적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통신회사에서 실시한 감청건수는 영장발부 건수보다 많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통부의 통계는 검경의 통계보다 적었다.

최근 국회 정무위 이성헌(李性憲)의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윤영탁(尹榮卓.이상 한나라당)의원이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금융거래정보 요구 통계와 감청(監聽)통계를 받은 결과다.

"동일한 기간, 동일한 행위에 대한 통계를 요구했는데 기관마다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 며 이들은 개탄했다.

해당 부처에 이렇게 수치가 다른 이유를 물었다. "모른다" 는 답변이었다. 일부는 "통계란 게 원래 그런 것 아니냐" 고 했다.

이성헌 의원은 "금감원으로부터 각 금융기관에서 받아 집계한 것이어서 다른 기관과의 차이에 대해선 진위(眞僞)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며 "기초자료인 통계조차 이런 식으로 관리된다면 어떻겠느냐" 고 한심해 했다.

통계 관리가 엉망인 것은 계좌추적이나 감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좌추적.감청 모두 인권.사생활 침해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이자 우려사항이다. 단순집계인 통계마저 이렇듯 부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믿고 통화하라" "사생활 침해 소지가 없게 하겠다" 고 되풀이하고 있다면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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