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용인 정보산업단지 산림만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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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의 실리콘밸리' 를 건설한다며 1995년 착공한 용인 정보화산업단지 조성사업이 공사 중단 3년 만에 5만여평의 울창한 산림만 훼손한 채 끝내 무산됐다(본지 2000년 7월 28일자 22면).

이 사업 시행자인 용인 정보산업단지 협동조합(이사장 김상하)은 5일 "조합원들의 잇따른 탈퇴와 자금부족 등으로 사업 진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고 밝혔다.

조합측은 대신 이 곳에 민간건설업체와 공동으로 임대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땅의 용도를 놓고 '원래 목적대로 사용해야 한다'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는 만큼 어떻게든 활용해야 한다' 는 논란이 일고 있다.

◇ 임대아파트 건설 추진=조합측은 토목공사만 끝낸 채 방치된 부지 인근 주민들이 장마철마다 밀려내려온 토사 등으로 피해를 보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어떤 방법으로든 개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측은 이 땅을 매입한 N주택과 공동으로 이 곳에 1천6백여가구 규모의 임대주택과 컨벤션센터 등을 건립키로 하고 지난달 용인시에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의 재원이 바닥나 더이상 사업추진 능력이 없어 부지를 매각한 데다 공사 중단 후 방치하는 바람에 해마다 장마철이면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며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어 주거단지 개발을 추진 중" 이라고 말했다.

◇ 용인시.주민 입장=용인시는 이 부지가 준도시 시설용지로 돼있어 주거용도로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지난 5월 확정된 용인도시기본계획에 이 곳이 첨단 산업부지로 지정돼 있어 첨단산업 관련시설 외에는 어떤 시설도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래 목적대로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인근 주민대표 김제영(金濟永.65)씨는 "산 위에 고층아파트를 지을 경우 조망권 침해 등 주거환경이 크게 훼손된다" 며 "아파트 건설은 말도 안된다" 고 반발했다.

주민들은 이미 부지 정지작업이 끝난 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곳에 벤처단지를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정보화산업단지=91년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소프트웨어 업체 등 71곳이 조합을 구성해 용인시 죽전리 대지산 5만여평에 정보화 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95년 착공했다. 사업비는 1천억원. 이 중 6백억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토목공사가 끝난 98년 IMF 등의 영향으로 시공사가 부도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자 조합원들도 잇따라 탈퇴, 현재 20여 업체만 조합원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게다가 5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했던 정통부는 지난해 전액 회수해 갔으며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지원금 50억원 중 10억원을 되돌려 받았다.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조합측은 결국 지난해 이 부지를 매각했다.

정재헌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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